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7월 31일(금) ~ 8월 6일(목) A8 여행 가나가와 현 서북부의 산악지대인 단자 와 산지 동쪽에 솟은 오야마(大山). 해발 1252m의 이 산은 예부터 비와 물을 관장 하는신앙과연결돼사람들의숭배를받아 왔다. 에도 시대에는‘오야마마이리’라 불 리는순례가성행했다고한다. 에도의서민 들은 일행을 꾸려 며칠씩 걸어 이 산을 찾 았다. 참배와 여행이 하나였고, 산을 오르 는행위에는신을만나러간다는경건함과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오야마가 특별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맑 은 날이면 산 위에서 후지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인에게 후지산이 완전 한형태의성스러운산이라면, 오야마는사 람들이직접걸어오르며신에게다가가던 생활속영산에가까웠다. 오야마와후지산 을함께참배하는풍습도있었다고하니,이 곳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에는 아름다운 조 망을넘어오래된신앙의시선이겹쳐있다. 걷고케이블카타고다시걷다 료칸에서맞은이른아침, 산아래마을은 벌써깨어있었다. 배낭을멘등산객들이스 틱을점검하고신발끈을다시묶었다. 소박 한민박집들과기념품가게앞을지나사람 들이 하나둘 산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케 이블카를기다리고, 누군가는처음부터자 신의 두 발을 선택한다. 안내판에는‘오토 코자카’와‘온나자카’가서로다른방향을 가리킨다. 가파른돌계단이이어지는남자길과비교 적완만한여자길. 오래전순례자들이걸었 을길위로오늘의등산객들이다시발걸음 을 얹는다. 우리도 산을 향해 걸었다. 돌계 단을오르며숨이가빠질즈음잠시멈추면 숲의소리가들렸다. 바람이나뭇잎사이를 지나고, 앞서가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산에서는걷는속도가곧생각의 속도가된다. 도시에서미처정리하지못했 던생각들이한걸음씩단순해진다. 걷다가 케이블카를 탔다. 오래된 산악 철 도의정취를간직한작은역에서열차를기 다리는사람들의표정에는묘한설렘이있 었다. 케이블카가급경사의선로를따라천 천히고도를높이자조금전까지머리위에 있던나무들이어느새발아래로내려갔다. 창밖으로짙은삼나무숲과연둣빛신록이 스쳐가고, 붉은단풍나무가초여름의녹음 사이에서 선명한 색채를 드러냈다. 산비탈 을가르는선로와소박한역사의풍경은오 야마가 오랜 세월 신앙의 산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여행지가돼왔음을보여준다. 중간에내려다시걷는다.그렇게만난‘오 야마데라’는 산의 시간 속에 깊숙이 들어 앉아 있었다. 돌계단 끝에 모습을 드러낸 목조건물에는오랜세월이고스란히스며 있었다. 화려함보다는오래견딘나무의빛 깔과 사람의 손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굵은시메나와와깊은색으로변한기둥, 절 을찾은사람들의조용한움직임이산사의 공기를더깊게만들었다. 오야마데라는부동명왕신앙으로알려진 사찰이다.특히가을이면긴돌계단을따라 단풍이 붉게 물드는 풍경으로 이름 높다. 그러나신록의계절에찾은산사도충분히 아름다웠다. 초록의숲이오래된건물을감 싸고 있었고, 산을 올라온 사람들은 자연 스럽게목소리를낮췄다. 땀을흘리며걸어 온뒤만나는절집의고요는자동차로곧장 찾아가는사찰에서느끼는것과는결이달 랐다. 걷는시간만큼마음도천천히산속으 로들어온듯했다. 더 높은 곳에는‘오야마 아후리’신사가 자리한다. 하나의산에불교사찰과신사가 함께자리한풍경은일본종교문화의오랜 층위를보여준다. 근대이전일본에서는신 과부처를엄격히나누기보다서로겹쳐받 아들이는 신불습합의 전통이 오랫동안 이 어졌다. 오야마를걷는다는것은결국자연 과 종교, 불교와 토착 신앙, 과거의 순례자 와오늘의등산객이포개진길을통과하는 일이었다. 산에서내려와다시사람의온기로 올라갈때는미처보지못했던풍경이하 산 길에서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산 아래 로펼쳐지는마을과멀어지는능선, 케이블 카를기다리는사람들,지친얼굴로도웃음 을잃지않는등산객들. 누군가는정상까지 걸었고 누군가는 오야마데라에서 발길을 돌렸지만, 각자자신만의속도로산에서하 루를보냈다. 오야마의옛참배길을생각하면여행의의 미도조금달라진다. 에도시대사람들에게 길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지나치는 공 간이아니었다. 함께걷고, 쉬고, 음식을나 누고, 마을과 사람을 만나는 과정 전체가 여행이었다. 지금 우리가 트레킹이라 부르 는행위에도그오래된순례의기억이어딘 가남아있는듯하다. 해가기울무렵산아래로돌아오자아침 에지나쳤던작은료칸과민숙에하나둘불 이 들어왔다. 하루 종일 산을 걷고 돌아온 여행자를기다리는것은오야마의향토음 식인두부요리다. 산에서내려오는맑은물 과깊은인연을맺어온이지역의두부는화 려한조리보다재료본연의담백함을살린 다. 산행 뒤 맛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두 부한점은이상하리만큼깊은위안이된다. 여기에료칸주인의정성어린환대가더해 지자여행의마지막장면은높은산의전망 보다따뜻한저녁식탁으로오래남는다. 오야마에서는 산을 빨리 오를 이유가 없 다. 천천히걸을수록오래된것들이보인다. 돌계단의마모된흔적과숲속의작은바람, 산사를찾는사람들의낮은목소리,그리고 먼 곳의 후지산을 바라보았을 옛사람들의 마음까지, 그렇게산을내려와료칸의따뜻 한불빛앞에섰을때비로소알것같았다. 산을오른다는것은어쩌면높은곳에도착 하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시간 속을 걸어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인지 도모른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케이블카주변풍경 불교사찰과신사. ‘오야마’서만난일본의 오래된산악신앙 김포공항을출발한비행기가일본에닿고, 렌터카를빌려도쿄의거대한 도시권을빠져나왔다. 빌딩과복잡한도로가조금씩멀어지자차창밖풍 경의속도도느려졌다. 가나가와현이세하라에가까워질수록집들은낮 아지고산은가까워진다. 논밭과오래된목조주택, 작은상점들이이어지 고산자락에는몇개의방만있을것같은작은료칸과소박한민박집들이 조용히자리잡고있다. 대도시에서그리멀리오지않았는데도시간의바 늘을수십년전으로돌려놓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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