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10월 19일 (월요일) 우리 마을에 한 가족이 이민을 왔다. 부인은서울종로에서성장 한 꿈이 많았던 소녀였다. 그는 해외특파원이되고싶은꿈을꾸 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훗날 그 의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결혼후남편과함께미국으로이 민을 올 수 있었다. 미국에 적응 하는 동안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낯선이곳에뿌리내리기위해노 력했다. 그는 매사에 적극적이었 고긍정적이었다. 특히요리를좋 아하여훗날식당운영에큰도움 이되었다. 이민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남편은한국에서공무원생활을 했던분이었다. 성품이정확했고 철저한분이었다. 이민을와서직 장을찾기가쉽지않았다.오리건 주는산림산업이발달한곳이라 제재소에서일할수있는직장을 구할수있었다. 그러나 이 직장은 육체적으로 중노동이 필요했다. 몇 년 동안 버티며직장생활을한후부부는 시내조그마한가게를얻어서식 당을운영하기로했다. 새벽에가 게로나와음식을준비하고밤늦 도록손님을기다리는일이수월 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유로웠다. 부인의 맛난 음식을 즐겨 찾아 오는단골손님들이생겼다. 식당 은그런대로잘운영되었다. 언어 의장벽이두껍기는했지만밝은 웃음으로손님을맞이하는부부 의친절에손님들의발걸음이끊 어지지않았다. 은퇴를앞두고거 처할집도마련하고생활도안정 되었다. 어린두딸은학교생활에잘적 응했다. 부인은시모님이세상을 떠날때까지잘보살폈다.큰딸은 결혼후출가하고둘째딸은미군 에입대하여군생활을잘영위해 나갔다. 하지만언어의장벽과두 터운이국문화의벽을넘어서기 는어려웠다. 고국에대한향수도 지울수없었다. 그렇다고고국으 로돌아갈수도없었다.단조롭게 지나든어느날남편과말다툼하 던중부인이냉장고에몸이부딪 히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 다. 바로 일어설 수가 없었다. 구 급차가 달려와 입원하여 허리를 수술받았다. 수술 후에도 잘 회복되지 못하 고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앉고 일어서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마음대로활동할수도없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은 큰 죄를지은심정이었다. 본의아닌 일이지만아내가넘어져다친일 이자신때문이라는것에더힘들 어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침대에서 일어나지못했다. 응급실을다녀 오고병원치료에도별진전이없 었다. 다리에경련이일어나고다 리가붓고장딴지근육이돌처럼 단단해졌다.그해가을남편은조 용히 눈을 감았다. 침대에 누운 오피니언 A8 아프리카반투어에는‘우분투’ 라는말이있다.“네가있기에내 가있다”라는뜻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다. 구체적이고 거창한 계획은뜻대로이뤄지지않고작 은일에는마음이졸여지던시절, 바로 나의 이십 대였다. 그 시절 나에게는룸메이트S가있었다. 자카란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 지던 날, 생전 처음 보는 카드 회 사에서편지가날아왔다.내가가 지고있지않은신용카드잔액에 몇 달 치 이자와 연체료까지 붙 은명세서였다. 카드회사에전화 해카드를만든적이없다고직원 과 한 시간이 넘게 다퉜다. 흥분 이 채 가시기도 전, 일주일 뒤 다 른카드회사에서또명세서가날 아왔다. 역시이자와연체료까지 붙은 채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도대체감이잡히지않았다.카드 회사는전화할때마다카드잔액 을전부내야하고그렇지않으면 나의 크레딧 히스토리에 악영향 이있을것이라고엄포를놓았다. 그 말에 한숨이 절로 나오며, 전 화를 끊었다. 이천 불이 넘는 돈 을갑자기어디서마련하는지생 각하니, 정신이아득해졌다. 그때 S가방문을열며물었다. “무슨일이야?괜찮아?” 그짧은물음에눈물이핑돌았 다. 나는명세서를보여주며두서 없이상황을털어놓았다. 그동안 그녀는 차근차근 명세서를 읽어 나갔다. “네가 이렇게 많은 돈을 썼다 고? 가만있자, 너 이때 샌프란시 스코에간적없잖아. 엘에이에서 일하고있었지.” 금액 하나하나에 내가 쓰지 않 았다는 증거를 짚어주는 S의 말 에조금씩마음이진정되었다.나 의상황을조목조목설명하고따 져야해결된다는것도그제야눈 에들어왔다.내가조금가라앉은 것을 확인한 그녀는 냉장고에서 자기가마시려고사둔차가운캔 맥주한병을들고돌아왔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야. 너라 고뭐특별할게있겠니?” 동갑내기 친구의 그 한마디는 큰위로가되었다. 거창한해결책 은아니었다.누구에게나이런날 은 한 번쯤은 온다는 말이었다. 하긴, 나라고 뭐 특별날 이유가 있을까. 찬 맥주가 목을 타고 내 려갔다. 경직되었던세포가좀느 슨해지는듯했다.크게두모금을 마셨다. 어수선하던머릿속이정 리가되는기분이었다. 침대끝에 앉아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 서전화하라는듯S가내손에전 화를쥐여주었다. S의눈을보며 다시카드회사에전화했다. 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으니, 금액을지불할이유가없다고,나 는신분도용피해자이니사기신 고부서로연결해달라고당당히 요구했다. 이때의맥주는그저한잔의술 이아니었다. 냉혹한현실과맞서 게도와준친구의따뜻한마음이 었다.이후몇번의편지와전화가 오간끝에일은잘마무리되었다. 하지만,한동안모르는카드회사 에서편지가올때마다가슴이철 렁내려앉곤했다. 가끔 혼자의 힘으로 여지껏 살 아온줄착각한다.하지만돌아보 면누군가가드러나지않게곁에 있었다. 힘들 때마다 다독여 준 이들과곁에서응원해준가족이 있기에지금의내가존재하지않 을까. 우분투다. 오늘따라 차가 운맥주한잔이마시고싶다. 차가운캔맥주한병 우편함에 법원에서 보낸 배심원 소환장이도착하면당황하는한인 들이적지않다.“영어가서툰데꼭 가야하나”,“가게를비울수없는 데어떻게하나”,“영주권자인나 에게왜왔을까”하는질문이뒤따 른다. 조지아주 배심원 의무는 단 순한 참여 요청이 아니다. 그러나 소환장을받았다고누구나재판에 참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 한 것은 자신의 자격과 사정을 법 원에정확히알리는일이다. 배심원은 재판에서 제시된 증거 를 살피고, 판사가 설명한 법에 따 라사실관계를판단하는시민이다. 조지아주에서는기본적으로만18 세이상의미국시민권자로서해당 카운티에거주하고,사건을이해하 고토론할수있는영어능력등이 요구된다. 소환은 후보자를 부르 는 단계이며, 실제 배심원 선정은 법원에서별도로이루어진다. 한인들이 특히 혼동하는 부분은 영주권자의의무다.영주권자는미 국시민권자가아니므로배심원자 격이없다. 그렇다고 소환장을 버려도 된다 는 뜻은 아니다. 담당 부서에 비시 민권자임을알리고법원이요구하 는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풀턴카 운티는영주권카드나외국국적을 확인할 수 있는 여권 등을 안내한 다.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과 배심원 자격이있다는사실은구별해야한 다. 영어가 부족한 경우에도 스스 로 불출석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귀넷카운티는영어가유창하지않 은사람에게관련선서진술서를통 한 면제 요청 절차를 안내하고 있 다. 일상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증언 과법률설명을이해하기어렵다면 그 사정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다만 면제를 받기 위해 언어 능력 을과장하거나허위로답하는것은 피해야한다. 나이와건강,돌봄사정에따른예 외도있다. 70세이상은면제를요 청할수있고, 영구적인신체·정신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의사의 증빙 등을통해면제절차를밟을수있 다. 일정 요건을 갖춘 학생이나 대체 돌봄 수단이 없는 주된 보호자에 게도 면제 또는 연기 절차가 마련 되어 있다. 해당 사유가 있다는 것 만으로자동처리되는것은아니므 로신청과확인이필요하다. 사업 일정이나 여행 등으로날짜 를맞추기어렵다면조기에연기를 요청하는것이현실적이다. 귀넷카운티는 원래 출석일에서 90일 이내로 한 차례 연기를 요청 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요청은 출 석일 최소 7일 전에 해야 한다. 승 인 여부는 법원이 결정한다. 이 기 준을다른카운티나연방법원에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자신 에게소환장을보낸법원의안내가 우선이다. 직장인역시소환장을받으면고 용주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조지 아주에서는고용주가배심원의무 를위한시간을허용해야한다. 다만법원에출석하는날과실제 재판에 참여하는 기간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정을 단정하지 않 는 것이 좋다. 귀넷처럼 지정된 웹 사이트나전화로실제출석여부를 확인하도록하는곳도있어소환장 의지시를끝까지읽어야한다. 또하나경계할것은배심원불출 석을빌미로한사기다.“오늘돈을 보내지 않으면 체포한다”며 송금 을요구하는전화나이메일은의심 해야한다. 조지아북부연방법원도이런사 기를 경고하고 있다. 발신 번호와 실제공무원의이름까지도용할수 있으므로, 상대가 알려준 연락처 대신법원공식홈페이지에서직접 찾은번호로확인해야한다. 정당한 소환에 응답하지 않으면 벌금등제재를받을수있다. 그러 나두려워할필요보다정확히대응 할필요가크다. 소환장을읽고, 자격을확인하고, 어려운 사정은 기한 안에 알리고, 처리결과를확인하면된다. 배심원석은 누군가의 권리와 자 유를 시민이 함께 지키는 자리다. 그 책임은 법원에서 온 봉투를 무 시하지않는데서시작된다. 배심원 소환장, 무시하면 안 되는 시민의 의무 케빈김 법무사 전문가칼럼 윌셔에서 이리나 수필가 전병두 서북미수필가협회회원 월요단상 마지막편지 남편은 잠든 것처럼 평안해 보였 다. 부인은남편이먼저세상을떠 난 것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 다. 하루하루 버텨내기가 식당을 운영하며 고단할 때보다도 더 힘 들었다. 그는 편지 한 장을 썼다. 남편에게보내는편지였다.“…여 보잘못했어요…”편지를몇번접 어서 누워있는 시신의 가슴에 꽂 아주었다. 시신을옮기려온장례 위원들에게 시신과 함께 그 편지 도묻어달라고요청하였다. 남편 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지막 서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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