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전자신문

2018년 12월 7일 금요일 | 26 푸드 배추김치 강화도풍물시장_순무김치 갓김치 무김치. 파김치. 배추를 이용한 여름철 물김치. 김장철이다.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도 많다. 김장 을하든,하지않든,늦가을,초겨울이면한국인들은 김장, 김장김치를떠올린다. 더이상김장을하지않 는이들은괜스레‘변명’을한다.“김장을하기어 려워져서이젠김치를사먹기로했다”고.시판김치 가오히려싸고맛있을때도있다.그래도김장을하 지않으면왠지어색하다. 한국인들의핏속에녹아 있는김장,김치를알아본다. 김치?한국인의고유, 전통음식이다? 그렇지 않다. 김치가 우리의 전통, 고유 음식 이아니라니?말도안되는소리라는반문이나 올법하다.김치는유네스코무형문화제로도등 록된, 한국의 고유문화인데 그게 무슨 소리냐 고. 유네스코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 은김치가아니라한국의김장문화다. 정확하 게는“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고 나누는 행위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ofKorea)”다. 김치의범위는넓다.흔히보는배추,무김치부 터장아찌와각종채소절임음식도모두김치 다. 그중 겨울철 김장김치가 있다. 김장김치는 김치의최고봉이다. 절인채소는동북아시아세나라에널리있었 다.일본에는지금도오신코(oshinko),쓰케모노 (tsukemono) 등이 흔하다. 오신코의‘신코’는 新香(신향)’이다. 채소를 절이면 새로운 향과 맛이난다는뜻이다. 츠케모노는‘漬物(지물)’ 이다.말그대로‘절인것’ ‘조미액에담근것’이 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식초, 간장 절임이나 장아찌와비슷하다. 채소절임에대한기록은중국것이가장오래 되었다.<시경>에“울밖에오이가열렸다.오이 지담기좋겠다”는내용이남아있다. 오이지를 담아서조상에게헌신하면후손이잘된다는내 용이다. 농담삼아하는말로,“김치가한국고유,전통 이라고 하다가 중국이‘김치공정’이라도 시작 하면어쩔것인가?”라는생각도든다.중국은오 래전부터기록문화가있었다.오이를절여서만 든오이지는기록상으로는중국이오래되었다. 그렇다고해서김치, 절임채소가중국것이되 는것은아니다. 한국을제외한어느나라에도 늦가을, 집집마다온가족이모여앉아김치를 담그는일은없다. 전통적인 ‘고유’의채소는없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다. 한반도는 문화의 용광로다. 대륙과 바다를 통해 들어온 모든것들을녹인후, 한반도에있었던것들을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 음식, 음식문화도 그러하다. 우리고유의것, 전통적인것을고집 할필요는없다. 우리것과외부에서전래된것 들을 잘 섞고 녹여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한반도의힘이다. 김치를이야기하면가장먼저떠오르는채소 는 배추다. 배추도사, 무도사는 만화의 소재로 도등장했다. 친근하다. 배추는우리고유의것 일까?그렇진않다.우리땅에도배추는있었다. 어디가먼저인지확인하기어려울정도로배추 는여기저기있었다.중국에서도배추는널리사 용되었다. 문제는 질이다. 조선말기까지도“중 국배추가좋다” “중국에서배추씨앗을사려고 했는데마침돈이없어서사지못했다”는기록 들이나타난다. 작자미상의<부연일기>에나오는내용이다. 시기는1828년(순조28년)이다.글을쓴이는중 국사신단의일원이다. (전략)또40리를가옥전현(玉田縣)성밖에서 잤다.연왕(燕王)의무덤이무종산(無終山)에있 다하며, 이지방의숭채(?菜)종자가연경(燕京) 에서제일이라한다.(6월5일) 옥전현(王田縣) 성 밖에서 잤다. 숭채(?菜) 종 자를구하려는데, 들으니그값이우리나라저 자에서쓰는되[斤] 1되에중국돈 4냥이라하 므로마침돈이떨어져서구득하지못하였다.(8 월16일) 이글의‘숭채’는배추다. 6월과8월, 두달넘 는기간이다.배추는자주나타난다.숭채,배추, 백채, 배초가같은식재료, 오늘날의배추다. 중 국으로간사절단일행중에도‘중국배추씨앗’ 을구하려는이들이있었다. 사고싶으나돈이 없어사지못하는안타까움이배어있다. 19세 기초중반까지도오히려중국배추가우리것보 다나았다. 숭채, 한글로 배초라고 부른 것은 중국 백채 의 와전임을 이야기한다. 무는‘무우’,‘무후 채’에서비롯되었다.‘무후’는중국의삼국시대 ‘촉의무후’제갈공명이다.제갈무후가즐겨먹 었다고해서무후가좋아했던채소곧무후채가 된것이다.‘무후’가‘무우’가되고지금의표준 어인‘무’가되었다. 배추품종은완전히달라졌다. 조선시대배추 는지금의우리배추와는다르다. 현재김장에 사용하는배추는결구배추다. 속고갱이가노랗 다. 맛도달고식감도아삭하다. 결구배추가한 반도에서재배된것도불과60년남짓이다.조선 시대배추는‘비결구배추’였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는 1950년 무렵 귀국, 1954년에 결구배추인‘원 예 1호’를개발, 발표했다. 한반도의첫결구배 추다.우장춘박사가‘씨없는수박’ ‘결구배추’ ‘강원도의돌많고척박한땅에서자라는감자’ 등을개발,발표한기간은불과9년남짓이다.당 시 일본의 육종학은 한반도보다 앞섰다. 좋은 배추품종도많았다.우장춘박사의‘원예1호’ 도계속발전했다. 우리가지금김장에사용하 는배추는60여년전과비교해도전혀다른것 이다. 외국것이들어오고, 한반도의배추도진 화,발전한다. 마늘,생강등도100∼200년전과는전혀다르 다. 우리는달라진재료로김치, 김장을하고있 다.예전음식을만들기힘든이유다. 싱싱한것은좋은것이다?그렇지않다 흔히“한식은제철에나오는신선한식재료를 사용하여 만든다”고 표현한다. 그럴듯하지만 틀렸다.세상의모든음식은싱싱한식재료를사 용한다.사계절이두렷한한반도는오히려제철 식재료를사용하기힘들다. 벌판이다숨을죽 인겨울에는어떻게할것인가? 강물도얼고,바다조업도힘들고,벌판은텅텅 비었다. 싱싱한 식재료가 나지 않으니 굶을 것 인가? 곡식도 마찬가지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창고에곡식을쌓아둔다. 두어달묵고나 며싱싱한식재료는아니다.그렇다고굶을것인 가? 싱싱한식재료는동남아등열대, 아열대지방 에맞는표현이다.한식은제철에사용되는싱싱 한식재료로만든음식이아니다. 채소도싱싱 한생채(生菜)는피했다. 한식은재료를귀하게 여긴다. 열매, 잎, 줄기, 뿌리등어느것하나허 투루버리지않고귀하게사용한다. 한국은발 효음식이발달한나라다. 겨울철,채소를먹는방법은여러가지다.움에 묻어둔다. 움에묻어둔채소는몇달을싱싱하 게버틴다. 우거지, 시래기로만든다. 채소의웃 자란부분은우거지다.겨울바람에말리면시래 기가된다. 또다른방법은발효,숙성시켜저장하는것이 다. 한겨울의 추운 날씨와 바람 그리고 고추와 소금이 어우러져 발효, 숙성한다. 채소는 새로 운 맛으로 변한다. 이른바 김장김치다. 우리는 오랫동안이김장김치의맛에길들여있다. 싱 싱한채소로만족하면김장,김장김치는필요치 않다. 싱싱한 채소에서는 곰삭은 맛, 감칠맛이 나지않는다. 한겨울, 싱싱한채소를먹기위하여김치를담 근다는이야기는틀렸다.채소가흔한여름철에 도김치를담근다. 겨울엔동치미, 여름엔나박 김치다.겨울김장도좋지만여름철겉절이도좋 다. 무김치도 좋지만 여름철 열무김치도 맛있 다.각종장아찌등여름철절임채소,삭힘채소 는숫자를헤아릴수없을정도로많다. 채소를 먹기 위하여 겨울 김장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 다.한겨울에도채소가흔해진시대를살면서도 늦가을이면김장을고집하는이유다. 조선중기의예학사상가사계김장생(1548- 1631년)의<사계전서>제41권‘시제(時祭)’에 서는“이른바세가지소채(蔬菜o채소)라는것 은침채(沈菜)와숙채(熟菜)와초채(醋菜) 따위 가그속에포함되는것”이라고했다. 지(漬), 저(菹), 침채(沈菜), 초채(醋菜) 등에대 해서는여러가지설명이분분하다.글자의내용 만으로 보면‘초채’는‘초+채소’다. 오늘날의 피클,초절임음식이다.‘침채’는대략김치의원 형으로본다. 식초등을더하여빨리삭힌것이 아니고소금물등에넣어서긴시간발효, 숙성 시킨것이다.김장생은16∼17세기에살았다.그 가남긴기록에이미초채, 침채가다르다고했 다. 한반도의삭힌음식, 김치는이토록다양했 다. 글ㆍ사진=황광해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이야기가있는맛집] 김장,김치 ‘김장문화’ 세계무형문화유산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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