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2월 12일(금) ~ 12월 18일(목) A10 오전김포를이륙한비행기는두시간이채지나기도전에 하네다의활기속으로내려앉았다. 팬데믹이후몇년만의 귀환이다. 기내에서바라본구름의결이아직몸에남아있 는듯하지만입국심사줄에서흐르는사람들의숨결이다 시현실을깨운다. 공항의공기는늘분주하지만, 그속에는 ‘다시시작되는여행’만이품을수있는가벼운들뜸이섞 여있다. 공항을나서서느끼는도쿄첫냄새. 언제나그렇듯금속 성의도시향기와바닷바람의미묘함이코끝을스친다. 택 시에올라시트에몸을기대자유리창속도시의윤곽이조 금씩선명해진다.이제도쿄에서의하루가시작된다. 첫행선지는긴자규베이. 1935년창업이후일본스시장 인의 정신을 지켜온 성지이자 미식의 산실이다. 이곳에서 스시는음식이아니라의식에가깝다. 마주앉은장인은재 료를 손끝으로 깨우고 공기와 온도까지 계산해 맛의 정점 을만들어낸다. 생선의 결 사이에 숨은 바다의 계절과 부드러운 샤리(밥 알)속에담긴은근한산미.‘천천히,한점씩,마음으로.’제 대로된경험은배고픔이아닌시간을먹는일임을새삼깨 닫는다.그릇에올린초밥한점,그리고눈앞에서펼쳐지는 장인의손놀림.그렇게여행은미각으로도시작된다. 식사후빌딩숲사이로걷기시작한다. 화려함을품고도 절제된 긴자 특유의 기품이 발걸음을 단단하게 붙잡는다. 목적지는긴자식스. 한때‘근대상업의상징’이라불리던 마쓰자카야 부지를 새롭게 해석한 공간. 전통을 단절하지 않고현대적감각의층위로다시쌓아올린도쿄의자신감 이다. 매끈한 파사드와 투명하게 흐르는 실내 동선, 브랜드와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적 풍경. 쇼핑몰이 아니라‘도시의 현재’를경험하는갤러리에가깝다. 이곳에서시간을쓰는 것은소비가아니라관찰과체험이다. 도쿄의오늘이가장 생생하게숨쉬는장소이기에…. 호텔로 돌아가기 전 도라야에 들러 휴식을 취한다. 이곳 은16세기초교토에서시작된역사깊은전통과자집이다. 원래 황실에 과자를 납품하던 명가였고 메이지유신 이후 도쿄로진출했다. 전통의맛을건축으로번역한도라야아 카사카 본점은 500년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현대의 서재 같다. 외관은감탄을부르는화려함은없지만예사롭지않 은자태를선보인다. 공간에머물며오래바라보니형태의 완결성과재료의고요한아름다움이보이기시작한다. 직선과수평을강조한파사드는마치현대적도시의바람 길을자연으로이끌듯정제된라인으로구성된다. 깊고어 두운 톤의 목재가 수평으로 길게 배치돼 브랜드의 500년 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 건물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나이토히로시가설계한작품이란다. 과자집을찾 아건물에들어서지하 1층갤러리를둘러본다. 건축투어 를하는사람들틈에끼어목재의정교한배열과시각적리 듬감을즐긴다. 2층으로오르면화자가책한권처럼조용히놓여있고동 선은그것을읽도록방문객을이끈다. 층계를올라옛다실 을 도시 한복판에 재현한 듯한 카페에 앉아 양갱과 차를 주문한다. 목재의수평선과기단의안정감, 그리고창밖으 로비치는나무들. 동양전통건축요소와현대적디자인이 어우러져공간에깊이와의미를더한다. 찻잔을들고그공 간에앉아달콤한양갱의여운과함께녹차를마시며여행 속‘작은사치’를즐긴다. 저녁이가까워지자다시단정한옷차림을갖추고산토리 홀로 향한다. 1986년 개관 이후 일본 클래식 음악의 심장 으로, 세계무대가사랑하는공간이다.‘비냔야드’형식좌 석배치가무대를에워싸고모든관객이소리에가장가까 워질수있게설계돼있다. 이홀이탄생할때참조한건물 은다름아닌베를린필하모니. 오늘이곳에서베를린필하 모니의선율을듣는다는사실이도시와음악사이의인연 을더아름답게이어준다. 지긋한나이의관람객들과샴페인한잔을즐기며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오케스트라가 첫 음이 울리는 순간 도쿄의속도는사라진다. 벽과좌석, 공기마저진동하며소 리의 시간이 관객을 감싸는 경험. 이 공간은 단순 관광이 아니라소리와시간의경험이다. 클래식선율을품고환한 불빛아래움직이는도쿄에서밤을맞이한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을하며유럽여행문화 를익혔다. 귀국후스스 로를 위한 여행을 즐기 겠다는 마음으로 2002 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 춤 여행으로 여행객들 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있다. 2021년4월여행책‘나도한번은트레킹페 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번은발트3국발칸반 도’를쓰고냈다. 전통과현대가공존하는도시 ‘도쿄’ 일본스시장인의정신을지켜온성지이자미식의산실‘긴자규베이’. 16세기초교토에서시작된역사깊은전통과자집‘도라야’. 일본클래식음악의심장‘산토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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