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5월 11일 (월요일) D4 기획 요셉의원은요셉나눔재단법인산하 자선의료기관이자 국내1세대무료병 원이다. 서울 종합병원내과 과장으로 일하던 고 ( 故 ) 선우경식 ( 1945~2008 ) 원장이 1987년 8월 관악구 신림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1983년 신림동 철 거민촌에서의료봉사를 한 것이계기 가됐다. 의원은 주머니사정탓에병원을 찾 지못하던이들에게단비같은 존재였 다. 선우원장은생전언론인터뷰에서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단순 한생각으로무료진료를시작했다”며 “힘들고어려울땐병이라도나으면좋 겠다고 생각한 적도있지만 돈이없어 아프다는말도못하는환자를외면할 수없었다”고말했다. 신림동 재개발로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자, 병원은 1997년쪽방촌주민 과노숙인이모여있는영등포역뒤편으 로자리를옮겼다.이후영등포마저재 개발바람이불면서지난해7월현재위 치인 서울역인근 동자동으로 이전했 다.선우원장별세이후이문주신부와 조해붕신부, 감염질환치료분야권위 자인신완식원장이2~4대원장을맡았 다.개원이후무료진료를받은환자는 77만명 ( 지난해5월기준 ) 을넘는다. 2024년에는이재용삼성전자회장이 20년넘게후원해온사실이뒤늦게화제 가됐다. 선우원장의삶을담은책‘의 사선우경식’에따르면, 2003년삼성전 자경영기획실상무보로복귀해경영수 업을받던이회장은의원직원으로부터 도움을요청하는편지를받고직접병원 을찾았다.선우원장은그해열린13회 삼성호암상사회봉사상수상자였다. 이회장은 당시선우 원장의안내로 쪽방촌 가정과 수녀회가 운영하는 공 부방을 둘러봤다. 이후 굳은 얼굴로 “충격이커서머릿속이하얗다”고털어 놨다고한다. 그때1,000만원이든봉 투를 건넸고, 다달이월급의일정액을 기부해온것으로전해졌다. 지난달 28일서울역인근동자동쪽 방촌. 한 사람 겨우 지날 좁고 가파른 계단에선퀴퀴한곰팡이냄새가코를찔 렀다.볕한줄기들지않는 낡 은담 벼락 으론 소변 지린내와 찌 든 술 기운이 눌 어 붙 어있었다. 젊 은사람도 몇번 이고 숨 을 골 라야할가파른언 덕 을고영 초 ( 73 ) 요셉의원원장이사 뿐 하게 올랐 다. 낡 은 진료 가방을 맨 그가 골목 안 어 느판잣집 으로발 걸 음을옮겼다. 고 원장은 소 주병이굴러다니는 좁은 방 안, 알 코 올 에의지해하 루 를 버티 는지 모 ( 55 ) 씨팔 에 혈압 계를둘렀다.“아직 혈압 이 높네 요. 당장 술 을 끊 으라고는 안 할게요. 다음에 올 때 까 지일주일에 딱 한병으로만줄여 봅 시다.” “아직 술 생각이나 긴 하는 데 그 래 도 원장 님덕 에 예 전보다나아졌다”며 멋 쩍 어하는지 씨손 을 고 원장이따 뜻 하 게어 루 만졌다. 세상이당신을 외면하 지않았다는온기이자위로였다. 고원장이거리의이 웃 을상대로의료 봉사에나선지 햇 수로 53년 째 다.의대 신 입 생시 절 ,무거운 약 상자를들고달 동 네 를찾던청년은어 느덧 머리 희끗 한 노의사가됐다. 반 세기넘게그가내 밀 어온 손길 은삶이 벼랑끝 에내 몰 린이들 을 붙드 는단단한 버팀목 이됐다.그가 ‘쪽방촌의 슈 바이처’로불리는이 유 다. 진료비0원, 가장낮은곳의병원 고 원장이 땀 방울을 훔 치며서울역 앞 요셉의원으로 돌 아 왔 다. 요셉의원 은 지 씨 처 럼 제도권 의료시 설 문 턱 을 넘지못하는이들을위한‘가장 낮 은 곳 의병원’으로자리 잡 았다. 이 곳 에선진 찰 비, 약값 , 의료 자재비 등 모든 것이무료다. 쪽방촌 주민과 건 강 보 험 료를 납 부하지못해 자격이 말 소된행 려자, 미 등 록 외국인등세상 에서외면받는이들이이 곳 을 찾는이 유 다.의원 입 구에 붙 은 ‘건 강 보 험 가 입 자는다른병원을이용해달라’는안내 문구는 그 래 서‘보 험미 가 입 자를 환영 한다’는말로 읽힌 다. 고 원장은이 곳 의다 섯번째 원장이 다. 상주 의사는 그가 유 일하지만, 봉 사의사130여명이 돌 아가며진료를 본 다. 내과 · 외과 · 신경외과 · 정신과 등 진 료과가 15개에달하는, 웬 만한종합병 원에뒤지지않는규모다. 환자도 매 일 100명이상, 고 혈압· 당 뇨 병등 만성질 환자나과도한음주로인한 간· 위장질 환자가 주로 찾는다. 조현병, 우울 증 , 알 코 올 의존 증 환자도 흔 하다. 고원장은병원에 오 지못하는사람 을찾아현장진료에나선다. 요셉의원 이신림동, 영등포 쪽방촌에이어서울 역을세 번째 터전으로 택 한것도이들 을 더많 이 품 기위해서다. “복지제도가 좋아졌는 데 이 런 병원 이굳이 필 요하 냐 고 묻 는 사람도있어 요. 하지만 현장에서 체 감하는 온도는 다 릅 니다.어려운 상 황 에 놓 인분들은 일 반 병원에가 길꺼 리고, 병원도이들 을 반 기지않는 서 글픈 현실이 죠 .” 고 원장은 복지의 빈틈 을 메 우고이들이 인 간답 게진료받을 수있도 록최 후의, 가장 밑 바 닥 의안전 망 을자처한다. 사제의길대신택한육신의치유 처음부터의사를 꿈꿨 던건아니다. 가 톨릭집 안에서 태 어난 그는 신부를 꿈꾸 고, 사제 학교 를 다 녔 다. 그러나 ‘영 혼 을치 유 하는사제와, 육 신을치 유 하는 의사의 소 명이 닮 았다’는생각에 마음을바 꿨 다. 고등 학교 3 학 년때일 반 고로옮겨의대에진 학 했다. 1973년 본 과부터는 청계 천 철거민 이 밀 려난 경기성 남 시등을 다니며의 료봉사에나 섰 다.“의료보 험 도없었을 때였어요.외진마을이라 버스 에서내려 수 술 기구가든무거운진료 박스 를들 고 걸 으면서 손 에 밧 줄 자국이 남 았지 만,그마저도힘든줄 몰랐습 니다.그때 부터봉사는 소 명이었 습 니다.” 졸 업후에도 소 명이 된 봉사의 끈 을 놓 지않았다. 한림대 강남 성 심 병원과 건국대병원신경외과에근무하면서요 셉의원과 김 수환 추 기경요청으로 문 을 연 전진상의원,이주노동자를 위한 라파 엘클 리 닉 을 찾아 환자를 돌 봤다. 그가청진기를들고 맞 이한환자만 족 히 3만명이넘는다. 헌 신했지만 후회한 순 간 도있었다. 어 느 날무 릎 이아프다는노숙인환자 말에‘ 디스크 겠거니’ 생각하고 약 을처 방했다.바지를 벗 겨근 력 과감각, 반 사 신경을 확 인해야 했는 데 , 옷 에대 소변 이 묻 어있었다. 한 달 뒤찾아온 환자 는 증 상이악화 돼 있었다. 그를 깨 운건 미 사에서들은성경구 절 이었다.‘가장 보 잘 것없는이에게해 준것이 곧 나에게해준것’이라는문장 이비수처 럼꽂혔 다. 마음을다 잡 고다 시 검 진했 더 니 척 수 종 양 이발 견 됐다. 고 원장은 “그날이후어 떤 환자든 작 은 예 수라고여기며정성을 다해진 찰 하게됐다”고회상했다. 안 타까 운 순 간 도 많 다. 무료 검 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모르거나 스스 로를포기해병을 키워 온환자들을마 주할 때면, 가 슴엔 말 못 할 응 어리가 맺힌 다. 반세기버틴원동력은‘마음’ 대가도, 보상도없이수 십 년 간 인 술 을 펼칠 수있었던힘은무 엇 일 까 .고원 장은주저없이‘마음’이라고 답 했다.“쪽 방촌주민이나노숙인들에게 필 요한건 약 보다 응 원 입 니다.이야기에귀기울이 면 눈빛 이달라 져 요.저는그 냥 ‘우리가 당신 곁 에있으니조 금 만 더 힘내서 살 아보자’는마음을전할 뿐 이에요.” 진 심 은기적을 낳 았다. 술 에 절 어 살 던이들이다시일어 섰 다. 무료진료를 받은이는생계급여를아 껴 모은 꼬깃 꼬깃 한지 폐 를병원문 틈 에 몰래넣 고 갔 다. 따 뜻 한 마음은 또 한 고 원장만 의것도 아니었다. 그를 따라 무료 봉 사에나선동료의사가 50명이넘는다. ‘의사 낚 아 오 는어부’라는별명은그 래 서생겼다.안과의사인고원장의아들 도동 행 한다.전공의 집 단 사직당시에 는 갈곳잃 은제자들이 함께 쪽방촌을 돌 았다. 개원 초 기수 십 명이던요셉의원후원 자도이제 1만 명을 넘어 섰 다. 자원봉 사자도 6 00명을 웃 돈다. 오랜 시 간 그 가내 밀 어온 손길 은 셀 수없는마음이 되 어 돌 아 왔 다. 고원장은국민 추천 포 상 ( 2012년 ) 과 LG 의인상 ( 2021년 ) , 아 산사회복지재단아산상 ( 2024년 ) 을받 았다. 허경주^나민서기자 “모든 환자가 예수” 오늘도 가장 낮은 곳 찾는 쪽방촌 슈바이처 ●요셉의원은 40년간 77만명무료진료$“쪽방촌충격”이재용삼성회장 20여년후원 ● 1997년9월요셉의원개원10주년행사에서병원으로향하는김수환(앞줄오른쪽두번째)추기경 과선우경식(앞줄맨오른쪽)초대요셉의원원장. ● 2003년6월요셉의원을방문한이재용(왼쪽)삼성 전자회장(당시상무)을선우경식(오른쪽)초대원장이안내하고있다. 요셉의원·위즈덤하우스제공 고영초요셉의원원장이지난달 28일서울용산구 요셉의원에서의료 봉사의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봉사는함께잘사는세상을만들기위한최 소한의도리”라고말했다. 윤기훈인턴기자 ‘반세기의료봉사’ 고영초요셉의원원장 故선우경식원장이은 5대원장 봉사의사 130명, 15개과진료 “노숙인죽을만큼아파야병원와 약간의관심에도눈빛달라져$ 진짜로필요한건약보다응원” 1만명후원·자원봉사온기이어져 ⫹ឹ 1987년서울 관악구 신림동에개원했을당시 요셉의원 모습(위 사진). 의원은 1997년영등 포쪽방촌으로자리를옮긴뒤지난해7월서울 역앞용산구동자동(아래)으로이전했다. 요셉의원제공·윤기훈인턴기자 신림동·영등포거쳐서울역에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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