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5월 22일(금) ~ 5월 28일(목) A10 철도의황금기품은공간 호텔 정문을 나와 몇 걸음 옮기자마자 거 대한 석조 건축물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바로‘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이다. 이 터미 널은단순한기차역이상의의미를지닌다. 1913년 완공된 이 건축물은 미국 철도 황 금기의 상징이며, 뉴욕이라는 도시가 얼마 나 빠르게 팽창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 다.보자르양식의웅장한외관은유럽궁전 을연상시키고, 내부에들어서는순간사람 은자신도모르게걸음을늦추게된다. 메인 중앙 홀의 황금빛 시계 아래에는 세 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든다. 누군 가를 기다리거나, 사진을 찍으며, 또 누군 가는 아무 말 없이 천장을 올려다본다. 초 록빛천장위에그려진별자리는실제하늘 과반대로배치돼있다.처음에는단순한장 식처럼 보이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면 이 공간이단순한교통시설이아니라인간의 상상력으로 완성된 장소임을 깨닫게 된다. 공간은결코효율만으로완성되지않는다. 때로는 쓸모없는 아름다움이 도시를 위대 하게만든다. 터미널을 뒤로하고 42번가를 따라 서쪽 으로걷는다.뉴욕의거리는영화속장면처 럼익숙하지만, 막상걸어보면훨씬더입체 적이고생생하다.택시경적,거리의스팀배 관에서 솟아오르는 흰 연기, 커피를 든 직 장인들, 그리고바쁘게횡단보도를건너는 사람들의표정. 도시전체가거대한무대처 럼끊임없이움직인다. 지식의성전 도착한곳은‘뉴욕공립도서관’.입구를 지키는 두 마리 사자상‘Patience’(인내) 와‘Fortitude’(용기)는 대공황 시기 시민 들에게희망의상징이됐다고한다. 그것은 단순한조형물이아니라, 뉴욕이라는도시 가스스로를견디기위해세운정신적상징 에 가깝다. 도서관 내부는 더 인상적이다. 대리석계단과긴복도, 오래된목재장식은 마치유럽의오래된궁전을닮아있다. 가이드 설명을 따라 건물 역사를 듣다 보 면, 이곳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지식을 모두에게 열어두기 위한 공공의 의지’로 세워졌음을 알게 된다. 그 리고 마침내 3층의‘Rose Main Reading Room’. 높은천장아래길게놓인나무테이블과 황동스탠드조명.햇빛은커다란창문을통 과하며책상위로천천히떨어진다. 노트북 을펴고공부하거나원고를쓰는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제한된 관광객들도 간 혹눈에띈다. 부와속도의상징처럼보이는 도시 안에도, 조용히 앉아 사유하는 시간 이존재한다는사실이묘하게깊은인상을 남긴다. 맨해튼한가운데숨겨진쉼표 도서관 뒤편으로 나오자 곧바로‘브라이 언공원’이펼쳐진다. 거대한빌딩숲사이 에숨겨진작은쉼표같은공간이펼쳐진다. 잔디밭 주변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자유롭 게 놓여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오후를 보내고 있다. 공원 안 카페에 앉아 햄버거와 맥주를 주문했다. 특별히 화려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만족스러웠 다. 뉴욕에서는 거창한 식사보다‘도시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순간’이 더 오래 기 억된다. 옆자리에서는 회사원들이 점심 회 의를 하고, 누군가는 혼자 책을 읽으며 맥 주를마신다.그틈에서잠시뉴요커의일상 을 들여다보게 된다. 다시 42번가를 따라 걷는다. 서쪽으로갈수록도시의표정은점 점더밝고자극적으로변한다.그리고어느 순간, 거대한전광판의빛이거리전체를압 도하기시작한다.‘타임스퀘어’다. 붉은계단위서내려다본도시 타임스퀘어는뉴욕이라는도시의과잉과 에너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 다. 수없이 많은 광고판, 관광객, 캐릭터 복 장을 한 거리 공연자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어떤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상업적이 고 혼란스러운 장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압도적인 풍경중하나이기도하다. 빨간 계단 위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본다. 사람들은끊임없이움직이고, 화면은쉬지 않고빛난다. 그러나이상하게도그혼란속 에는 뉴욕만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누군가 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 도시에 왔고, 누군 가는 실패를 안은 채 떠난다. 뉴욕은 인간 의욕망이가장노골적으로드러나는장소 다. 현대미술의심장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 마지막 목적지인 ‘현대 미술관’으로 향했다. 흔히‘모마’라 불리는 이 미술관은 1929년 설립된 세계 현대미술의중심중하나다. 피카소, 고흐, 워홀, 폴록, 로스코까지 현대 미술사의 흐 름이 이 건물 안에 응축돼 있다고 해도 과 장이 아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는 순 간, 뉴욕의 소음은 서서히 멀어진다. 흰 벽 과 넓은 공간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사 람은다시자기내면의속도로돌아오게된 다. 거대한 마크 로스코의 색면 회화 앞에 서는오히려침묵이길어진다. 단순한색의 층인데도이상하게감정을흔든다. 현대미 술은 언제나 설명보다‘머무르고 느끼는 경험’에가깝다. 미술관을 나왔을 때, 맨해튼의 저녁은 이 미유리빌딩위로내려앉고있었다. 거리에 는여전히사람들이넘쳐났고, 노란택시는 빛의강물처럼도로위를흘러간다.뉴욕은 사람을쉽게지치게만드는도시다. 시끄럽 고, 빠르고, 때로는 지나치게 차갑다. 그러 나동시에인간이왜도시를만들었는지가 장극적으로보여주는장소이기도하다. 철도 터미널에서는 산업 혁명의 꿈을 보 고, 공립도서관에서는지식의이상을만나 며, 타임스퀘어에서는 자본의 빛을 체감하 고, 미술관에서는인간내면의감정을마주 한다. 하루 동안 걸은 거리는 몇 ㎞에 불과 했지만, 그 안에는 20세기와 21세기의 문 명이압축된풍경처럼담겨있었다. 뉴욕은 인간이라는존재자체를거대한규모와속 도로체감하게만드는도시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 여행객들의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맨해튼의하루…뉴욕에서걷는여행 뉴욕타임스퀘어. 인천에서 뉴욕까지의 직항 비행은 약 14시간 남짓 걸린다. 지도 위에서는 단순 히 태평양을 건너는 선 하나처럼 보이지 만, 실제의 시간은 인간의 감각을 조금씩 비워내는 과정에 가깝다. 기내 창밖으로 낮과 밤이 몇 번이고 뒤섞이고, 몸의 시 간과 지구의 시간이 어긋나는 순간, 여행 자는 비로소 자신이‘다른 세계’로 이동 하고있다는사실을실감한다. JFK 공항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 순간부 터뉴욕은단순한도시가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리듬처럼 다가온다. 뉴욕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동시에, 예술과 이민, 자본과욕망이쉼없이교차하는도시다. 수백 개 언어가 뒤섞이고, 서로 다른 인 종과문화의 사람들이같은 지하철 칸안 에서하루를시작한다. 어떤 도시들은 자 신을 천천히 설명하지만, 뉴욕은 압도적 인속도로사람을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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