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6월 12일(금) ~ 6월 18일(목) A8 여행 시간의흔적위에예술덧대다 서울역에서KTX를타고오송역에내리기 까지는채한시간이걸리지않는다. 수도권 과가까운거리인청주는충청북도의도청 소재지이자오랜세월충청지역의중심역 할을해온도시다. 삼국시대에는백제와신 라가맞닿던전략적요충지였고, 고려와조 선 시대에는 행정과 교통의 중심지로 기능 했다. 무엇보다 이 도시는 세계 인쇄 문화사에 서특별한이름을갖고있다.현존하는세계 최고(最古)의금속활자본‘직지’가탄생한 곳이기때문이다. 구텐베르크성서보다 78 년앞선금속활자기술은청주를단순한지 방도시가아니라인류문명사의중요한무 대로 만든다. 이번 청주 여행은 그런 역사 위에 새롭게 덧입혀지고 있는 문화의 현재 를만나기위한길이다. 공장이예술이된공간 ‘문화제조창’에들어서자가장먼저느껴 진것은건물의규모가아니라공간이품고 있는시간의무게였다. 이곳은한때청주연 초제조창이있던자리다. 산업화시대수많 은노동자의손길과기계의소음이머물렀 던공간이다. 지금은문화제조창이라는이 름 아래 전시장과 도서관, 문화 시설과 상 업공간이들어서며완전히다른역할을수 행하고있다. 그러나 과거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높은천장과길게이어지는구조물, 곳곳에 남아있는산업시설의흔적들은이공간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조용히 이야기한 다. 낡은공장이예술을생산하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산 업이도시를성장시켰다면, 문화는이제그 도시의 미래를 만든다. 청주공예비엔날레 가열리는이공간은단순한전시장이아니 라청주가앞으로어떤도시가되고싶은지 를보여주는선언처럼느껴졌다. 예술이쉬어가는곳 문화제조창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면‘국 립현대미술관청주관’이나타난다. 겉모습 만보면여전히공장의흔적이남아있지만 내부로들어서는순간전혀다른풍경이펼 쳐진다. 이곳은국내최초수장형미술관이 다. 일반적인미술관이작품을전시하는곳 이라면,이곳은작품이머무는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시장에 걸린 작품만을 기억한다. 그러나미술관의진짜심장은수 장고에있다. 작품은전시되는시간보다보 관되는시간이훨씬길다. 적절한온도와습 도 속에서 쉬고, 연구되고, 복원되며 다음 전시를 기다린다. 그런 의미에서 수장고는 예술 작품의 도서관이자 병원이며 금고다. 수장고를천천히둘러보던중반가운이름 들을발견했다.오래전부터관심있게지켜 봐온김지아나작가와채성필작가의작품 이다. 갤러리에서 처음 만났던 작품들이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돼 이곳에 자 리하고있다는사실은남다른감정을불러 일으켰다. 한작가의성공을넘어한국현대 미술의 흐름이 기록되는 순간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좋아하는작가의작품이국가컬 렉션에포함돼있다는사실은묘한안도감 을 준다. 좋은 작품이 사라지지 않고 기억 되고있다는믿음때문이다. 미술관을벗어 나니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가 하나 둘빛을밝힌다. 낮동안묵묵히서있던건물은갑자기거 대한캔버스로변한다. 움직이는빛과영상 이 콘크리트 벽면을 따라 흐르고, 과거 산 업시설의외벽은현대미술의무대가된다. 건물이숨을쉬는것처럼보이는순간이다. 특히인상적인것은미술관안으로들어가 지 않은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예술을 경험 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술이 더 이상 특정 공간안에머물지않고도시전체로확장되 는장면이다. 녹슨철판과커피향사이 미술관을 나와 찾은‘카페 Dyer’는 그런 청주의변화가또다른방식으로드러나는 공간이다.녹슨철판과붉은벽이만드는강 렬한 인상은 카페라기보다 하나의 설치 미 술 작품에 가깝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 금전까지봤던콘크리트와철의풍경은어 느새 고소한 커피 향으로 바뀐다. 로스팅 중인원두의향이공간을채운다.생두가열 을 만나며 만들어 내는 수백 가지 향의 결 이공기속에섞여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한 모금 을마신다. 과일향과산미가부드럽게입안 에번진다. 잠시바리스타와이야기를나눈 다. 원두의산지와기후, 품종과가공방식, 그리고로스터의철학에대한이야기다. 생 각해 보면 커피 한 잔도 하나의 긴 여행이 다. 적도의농장에서시작된시간이바다를 건너고사람의손을거쳐지금이곳에도착 한것이다. 청주의시간만나다 여행의 마지막은‘육거리시장’이다. 현대 적인문화공간과미술관을둘러본뒤시장 으로 향하니 마치 청주의 또 다른 시간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여섯 갈래 길이 만나 는곳에형성된이곳은조선후기부터이어 져온청주의대표전통시장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상인들의 목소리 와손님들의발걸음이뒤섞인다. 채소를고 르는손길, 생선값을흥정하는목소리, 갓 부친전냄새와국밥집의뜨거운수증기가 좁은골목을가득채운다.대형마트와온라 인 쇼핑이 익숙한 시대지만 시장은 여전히 살아있다.물건이아니라사람을만나기위 해서다. 인터넷으로는살수없는온기와관 계가이곳에는남아있다. 직지를 통해 지식의 역사를 기억하고, 육 거리시장을통해삶의시간을이어가며, 국 립현대미술관 수장고를 통해 미래의 예술 을준비한다. 청주는 그런 도시다. 역사를 품고 있으면 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곳. 예술은 작품 안 에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 그것을보존하 고기억하려는도시의태도속에도존재한 다는사실을깨닫는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청주에서만나볼수있는 ‘도시의미래’ 국립현대미술관청주관. 육거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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