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6월 12일(금) ~ 6월 18일(목) A9 건강 요즘 학교 운동장은 예전만큼 시끄럽지 않다. 쉬는 시간마다 공 하나를 두고 아이 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던 풍경도, 운동장 한쪽에서 축구와 피구와 술래잡기가 뒤섞 이던 장면도 낯설어지고 있다. 올해 교육 부·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교과 시간 외축구·야구등구기활동을금지한초등 학교비율은부산34.7%, 서울16.7%로나 타났다. 시끄러워야할운동장이대도시학 교에서부터빠르게조용해지고있다. 그배경에는안전사고우려와민원부담이 함께 놓여 있다. 공에 맞을 수 있고, 친구와 부딪힐 수 있고, 넘어질 수 있다. 제한된 운 동장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는 대 도시 학교에서는 작은 충돌도 민원과 책임 문제로이어지기쉽다.‘아이가축구를못해 소외감을느낀다’,‘운동때문에공부할시 간이줄어든다’는식의항의가반복되고,이 런민원이학교결정을바꾸는힘을갖는다 는데핵심이있다. 민원과책임부담이학교 현장에집중되면교육적으로필요한활동도 결국줄어든다. 학교체육을지키는일은학 교만의 과제가 아니라 작은 위험을 바라보 는학부모와사회의태도와도연결된다. 작은상처, 아이를단단하게만든다 필자도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아이가 다쳤다는말을들으면마음이덜컥내려앉 는다. 공에맞았다거나친구와부딪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상황을 자세히 묻고 싶어 진다. 하지만부모불안이아이가겪어야할 작은상처와불편까지모두막아야할이유 가되지는않는다. 아이가한번도넘어지지 않고 자라야 좋은 것일까. 작은 상처와 불 편을모두피하게하는것이진정아이를단 단하게키우는일일까생각하게된다. 큰사고와작은불편은구분해야한다. 운 동장에서 생길 수 있는 작은 찰과상, 공에 맞는 경험, 경기에서 지는 경험, 대표로 뽑 히지못하는경험까지모두없애야할위험 으로보면학교체육은설자리를잃는다. 아이들은넘어졌다가다시일어나는경험 을통해스스로몸을이해한다.공이날아오 는속도를보며피하는법을익히고, 친구와 부딪힌 뒤 사과하는 법을 배운다. 경기에서 지면속상하지만그감정을다루는힘도서 서히길러진다. 운동을잘하는친구와그렇 지않은친구가함께움직이며규칙을조정 하고차이를받아들이는경험도쌓인다. 체 육은단순히몸만쓰는시간이아니다.몸을 통해자신과타인을이해하는시간이다. 최근의 분위기가 작은 위험까지 모두 제 거하려는방향으로기울고있다는점은우 려스럽다. 넘어질까봐달리지못하게하고, 부딪힐까봐공놀이를줄이고,소외감을느 낄까 봐 경쟁 자체를 없애려 한다. 아이를 보호하는것과아이를약하게키우는것은 다르다. 위험을줄이는환경을만드는일과 활동 자체를 막는 일 역시 다르다. 모든 불 편을 미리 치워주는 방식은 아이를 안전하 게만드는것이아니라불편을견디고조절 하는능력을배울기회를줄일수있다. 몸쓰는시간이아이를키운다 체육을둘러싼민원이힘을얻는배경에는 체육을교육의중심이아니라주변활동으 로 보는 인식도 있다. 수학 문제를 풀면 공 부이고운동장에서공을차면노는것이라 고생각하는순간체육은쉽게양보가능한 시간이된다.시험기간에는줄여도되는시 간, 학원 가기 전 피곤하게 만들면 안 되는 시간,사고가생길가능성이있으면아예없 애는편이나은시간이된다. 하지만 체육은 노는 시간이 아니다. 성장 기신체활동은심폐기능, 근력, 균형감각, 협응성뿐만 아니라 정서 조절에도 영향을 준다. 신체 활동이 집중력과 학업 수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체육이공부시간을빼앗는다는단순 한인식은다시숙고할과제다. 많은 청소년이 충분히 움직이지 못하는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서 하루 60분 이상 신체 활동을주 5일이상 실천한비율은남학생 24.5%, 여학생8.5%에그쳤다. 남학생은4 명중 1명수준이고, 여학생은 10명중 1명 에도미치지못한다. 이런현실에서학교안 의움직임까지줄이는것은아이들을위한 선택이아니다. 이제필요한것은체육활동을촘촘히규 제하는일이아니라아이들이넘어지고부 딪히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 을공유하는것이다.아이들은뛰다보면넘 어질수있고경기에서는이길수도있고질 수도있다. 그때마다모든불편을민원으로 바꾸면학교는결국움직임자체를줄이게 된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마음이 아이가 단단해질기회까지빼앗아서는안된다. 부모가해야할일은아이앞의모든위험 을치우는것이아니라아이가작은위험을 겪고도다시일어설수있다고믿어주는일 이다. 학교체육을지키기위해필요한것은 더많은금지가아니라학교가교육적판단 을할수있도록믿어주는학부모와사회의 태도다. 안전한학교는아이들이가만히있 는 학교가 아니다. 학교 운동장이 다시 시 끄러워져도괜찮다. 그소음은무질서가아 니라아이들이몸을쓰고관계를맺으며다 시일어서는힘을기르는소리다. ●허찬솔전북대교수프로필 서울대학교 체육교 육과를 졸업하고 텍 사스 오 스틴대학교 (UT Austin)에서 운동 생리학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받고 조 지워싱턴대학교 의과 대학(GWU School of Medicine)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시작한 운동 피로및회복분야의연구를현재까지이어오고있 다. 현재한국운동생리학회상임이사로활동중이 다. 넘어져야 일어서는 법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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