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6월 19일(금) ~ 6월 25일(목) A8 여행 강건너보이는도시의기억 아침의 도미노 파크는 고요했다. 이스트 강 위로 잿빛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 고, 강 건너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흐린 하늘아래수묵화처럼번져있었다. 지금은 시민들이 산책하고 조깅을 즐기는 공원이 지만이곳은원래미국최대규모설탕정제 공장이있던자리다. 19세기뉴욕은세계에 서가장많은이민자가들어오던도시였다. 독일과 아일랜드, 이탈리아와 동유럽에서 건너온사람들은부두와공장, 철도와창고 에서일하며뉴욕을세계최대산업도시로 성장시켰다. 브루클린역시당시에는노동자의도시였 다. 오늘날세련된카페와브루어리가들어 선 윌리엄스버그는 원래 공장과 창고가 가 득했던산업지대였다고한다. 도미노파크 에 남겨진 녹슨 철 구조물은 그 시대의 흔 적이다. 도미노파크를걷다보면도시재생 이단순한개발사업이아니라기억을보존 하는작업이라는사실을깨닫게된다. 그리고 그 기억의 한가운데에는 맥주가 자리한다. 이민자들이가져온맥주의도시, 지금 미국 맥주의 상징은 IPA지만 원래 미 국은맥주의나라가아니었다. 19세기중반 까지미국인들이가장많이마시던술은위 스키였다. 미국맥주문화의시작은독일이 민자들이었다. 1848년 독일 혁명 이후 수많은 독일인들 이미국으로이주했고, 맥주는단순한음료 가아니라고향을기억하게해주는문화였 다.뉴욕의맥주역사는결국이민자의역사 와 다르지 않다. 한 잔의 맥주 안에는 수많 은언어와문화가함께발효되고있었던셈 이다. 금주법이남긴상처 1920년 시작된 금주법으로 술의 제조와 판매가금지되면서수천개의양조장이문 을닫았다. 독일계이민자들이세운브루어 리 대부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3년 뒤금주법은폐지됐지만상황은달라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대형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했 고, 미국맥주는점점획일화되기시작했다. 지금의 브루클린을 보고 있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다. 혁명은 차고에서 시작됐다. 작은차고와지하실에서시작된실험은곧 크래프트맥주혁명으로이어졌다. 새로운세대의등장 도미노 파크를 지나‘Other Half Brew- ery’에도착한다.문을여는순간망고와패 션프루트, 자몽 향이 공기를 가득 채운다. 독일이민자들이만들던라거와는전혀다 른세계다. 이것은현대미국크래프트맥주 가 만들어낸 새로운 언어다. Other Half는 지금세계IPA문화의최전선에서있다. 강렬한홉향과부드러운질감, 그리고끊 임없는실험. 하지만이곳에서더인상적인 것은사람들이다. 아이를데리고온부부와 노트북을펼친직장인, 강아지를데리고온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을 공유한 다. 브루어리는술집이아니라지역공동체 의거실처럼기능한다. 맥주를마시는문화 자체가뉴욕의라이프스타일이된것이다. 브루클린이라는실험실 윌리엄스버그에서 부시윅으로 이동하자 풍경은 다시 달라진다. 그래피티가 가득 한 거리, 폐공장을 개조한 스튜디오, 젊은 예술가와 창업가들. 창조 산업의 도시다. ‘Eckhart Beer Co.’에서는 지역 공동체의 따뜻함을 만났고,‘KCBC’에서는 예술과 디자인이맥주와만나는현장을봤다. 맥주는 이들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창작의 재료이자 문화적 표현 방식이다. ‘The Test Brewery’에서는 그 흐름이 더 극적으로드러난다. 실험과도전, 실패를두 려워하지 않는 태도. 뉴욕이 금융과 예술, 패션과 음식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이유도 결국같은정신때문일것이다. 맥주가문화가되는곳 브루클린 브루어리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젊은 혁신가의 공간이라기보다 이제는역사가된공간에가깝다. 브루클린 라거를 한 잔 주문한다. 화려하지 않다. 그 러나깊이가있다.오랜시간사랑받아온브 랜드만이가질수있는품격이느껴진다.혁 신도결국시간이지나면전통이된다. 브루 클린브루어리는그사실을증명하는장소 였다. 해가기울무렵‘TØRST’에도착한다. 이 곳에는 전 세계 맥주가 모여 있다. 벨기에 수도원의에일, 덴마크의실험적맥주, 미국 서부의 IPA까지…. 놀라운 것은 모두 다른 문화와역사를가지고있다는점이다. 뉴욕 역시그렇다. 세계 200개가넘는민족이살 아가는도시다. 다양성이야말로 뉴욕의 가장 큰 자산이 다. 맥주 역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때 가 장 풍요로워진다. TØRST의 탭에 연결된 수십 종의 맥주는 어쩌면 뉴욕 그 자체를 상징하는풍경인지도모른다. 창밖으로브루클린의저녁이내려앉는다. 그래피티가그려진벽, 옛공장을개조한갤 러리, 브루어리에서흘러나오는웃음소리, 그리고강건너반짝이는맨해튼의불빛. 이번 여행에서 맥주를 마신 것이 아니라 뉴욕이라는도시를천천히음미했다. 도미 노파크에서는산업화의흔적을봤고, 브루 클린 브루어리에서는 금주법 이후 되살아 난미국맥주문화의역사를만났다. Other Half에서는 혁신을, Eckhart에서는 공동 체를, KCBC에서는 창조성을, The Test Brewery에서는미래를발견했다. 그리고그도시의맛은 IPA처럼화려하면 서도 라거처럼 깊고, 수백 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뉴욕처럼 다채롭고 자유로웠다. 한 잔의 맥주가 도시를 설명할 수 있을까? 브루클린의밤을걸으며내린결론은의외 로 단순했다. 좋은 맥주는 결국 좋은 도시 를 닮는다. 그리고 뉴욕은 지금도 쉼 없이 발효중인거대한브루어리였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도니노파크. 브루클린브루어리. 뉴욕을 이해하는 방법은 많다. 누군 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도시 의정신을찾고, 누군가는브로드웨이 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뉴욕의 에너 지를 발견한다. 이번 여행에서 선택한 렌즈는 조금 달랐다. 맥주였다. 한 잔 의 맥주에는 그 지역의 물과 농산물, 사람들의 취향과 역사, 그리고 시대의 분위기가 담긴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 국 크래프트 맥주의 중심지인 브루클 린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 질 문을 품고 맨해튼을 뒤로한 채 브루클 린으로향한다. 맥주로읽는 ‘뉴욕’ …도시를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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