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7월 3일(금) ~ 7월 9일(목) A8 여행 커피향으로시작되는양조장의아침 아직맥주바는문을열기전이다. 대신 2 층 카페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자 예상치 못한풍경이펼쳐진다. 커다란창가를따라 사람들이노트북을펼쳐놓고앉아있었다. 누군가는화상회의를하고, 누군가는헤드 폰을낀채디자인작업에몰두한다. 한남 자는 커피 한 잔과 함께 긴 문서를 읽고 있 었고, 젊은 여성 두 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잔잔 한음악사이로에스프레소머신의증기소 리가 간간이 들려 왔다. 브루어리와 카페, 사무실과 거실의 경계가 희미해진 공간이 었다. 뉴욕은 오래 전부터 경계를 허무는 도시 였다. 일과 휴식, 사교와 창작, 커피와 맥주 가하나의풍경안에서자연스럽게어우러 진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집과 직장 사 이에 또 다른 장소를 필요로 했고, 브루어 리는그요구를가장유연하게받아들였다.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고, 오후에는 맥주를 곁들여대화를나누며, 저녁에는음악을즐 긴다. 브루어리는어느새지역주민들의응 접실이자현대도시의살롱이됐다. 이민의맛을먹다 브런치를위해찾은‘Baba’s Pierogies’ 에서는버터가익어가는고소한향이가게 안을채우고있었다. 주문한피에로기안에 는감자와치즈가부드럽게들어있다.따뜻 하고담백한맛은긴여행의피로를감싸줬 다. 피에로기는폴란드와우크라이나, 슬로 바키아사람들에게고향의기억과같은음 식이다. 19세기 말 수많은 동유럽 이민자들이 브 루클린과 로어이스트사이드에 정착하며 가져온음식들은이제뉴욕사람들의일상 이됐다. 베이글과파스트라미, 피에로기까 지뉴욕은세계의음식을모아놓은도시라 기보다 이민자들의 기억과 그리움이 층층 이쌓여만들어진거대한식탁에가깝다. 도시젊게만드는재미있는맥주 ‘Wild East Brewing’의작은테이스팅잔 안에서는또다른뉴욕의얼굴이펼쳐졌다. 과일 향이 풍부한 사워 에일, 홉의 쌉쌀함 이살아있는 IPA, 절제된균형감의라거까 지 새로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뉴욕이라는도시의오래된기질이다. 재즈 가새로운리듬을만들고현대미술이낯선 형태를탐구했듯, 크래프트맥주역시자유 로운상상력위에서끊임없이진화한다. 브루어리와카페의경계가사라진곳 이어 찾은‘Finback Brewing’에서는 유 모차를옆에둔젊은부부와노트북화면에 집중하는 프리랜서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 하고있었다. 창밖나무그림자가바닥위로 천천히움직이고, 잔을부딪치는소리와키 보드소리가자연스럽게섞였다. 뉴욕의브 루어리는술을마시는장소를넘어사람과 사람사이의시간을느슨하게이어주는공 간처럼보인다. 양조장들여다보다 ‘Threes Brewing’의 양조장에서는 거대 한스테인리스발효주와맥아, 홉의향기가 공기속에진하게배어있었다.양조사의설 명을들으며맥주가단순한음료가아니라 는사실을새삼깨닫게된다. 한잔의맥주에는농업과과학, 디자인, 지 역문화가함께녹아있다. 더인상적이었던 것은지역주민들을위한음악회와플리마 켓이었다. 맥주를마시고음악을듣고이웃 과 안부를 나누는 일. 브루어리는 사람들 을다시공동체안으로불러들이는작은광 장이되고있었다. 피자·러닝, 새로운공동체의탄생 브루클린을떠나기전‘L’Industrie Piz- zeria’에 들렀다. 뉴욕 사람들처럼 피자 한 조각을 접어 손에 들었다. 따뜻한 토마토 소스와모차렐라치즈의향, 바삭하게부서 지는도우는잠시나폴리의어느골목을떠 올리게한다. 늦은오후에는‘Rhythm Zero Coffee’에 앉아거리를바라봤다. 러닝복을입은사람 들이 연달아 지나갔고,‘Bandit Running’ 매장에는함께달리고커피를마시며다음 모임을약속하는사람들이모여있었다. 오 늘날도시의공동체는거창한이념보다취 향과 경험 위에서 형성된다. 함께 달리고, 함께커피를마시고,함께맥주를나누는일 상속에서사람들은새로운관계를만들어 간다. Blind Tiger·Tap Room, 그리고뉴욕의시간 저녁 무렵 찾은‘Blind Tiger’와 마지막 목적지인‘Tap Room’에서는뉴욕크래프 트맥주문화의깊이를다시확인할수있었 다. 한때술을금지했던나라가오늘날세계 에서가장다양하고창의적인맥주문화를 꽃피우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역설처럼 느껴진다. 비교적 유연한 주류법과 지역 양조장을 존중하는문화는맥주를단순한소비가아 닌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발전시켰다. 그래 서뉴욕의맥주바는동네의작은광장이자 여행자의 쉼터이며 새로운 문화가 태어나 는실험실이된다. 브루클린과맨해튼의불빛이강물위에서 흔들리기시작한다. 커피와피에로기, 피자 와 음악, 달리기와 사람들의 대화, 그리고 도시가사람들을연결하는방식까지한잔 의맥주와함께들이켰다. 거품가득이민의 역사와산업의변화, 공동체의온기와미래 의생활방식이함께담겨있다. 그래서 뉴욕의 맥주 바를 걷는 일은 결국 도시의심장가까이로천천히걸어들어가 는 여행이 된다. 잔을 들어 올릴 때마다 맥 주와함께뉴욕이라는거대한도시의시간 을조금씩마시고있었는지도모른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Wild East’양조장. 브루클린의한잔 뉴욕의리듬 이른아침, 붉은벽돌건물사이로햇살이번지고자전거를탄사람들이커피 향을따라천천히거리를가른다. 사람들은각자의속도로도시를통과하고, 그리듬속에서또하나의공동체가만들어진다. ‘L’Industrie Pizzeria’앞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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