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7월 10일(금) ~ 7월 16일(목) A8 여행 초여름에가장큰복기원하던날 단오는음력 5월 5일, 여름이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문턱에서 맞이하는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 모내기를 끝낸 사람들은 풍년을 기원했고, 가족의건강과마을의안녕을빌 었다. 창포물에머리를감고, 수리취떡을나 누며, 씨름과 그네를 즐겼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사람도함께살아가는법을익혀온 계절의문화였다. 강릉에서는 그 전통이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한번도끊이지않았다고한다. 이 오 랜 문화적 가치는 2005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세계가 주 목한것은화려한공연이아니라, 세대를이 어사람들이함께지켜온삶의방식과공동 체의기억이었다. 한줌쌀이모여천년이어오다 강릉단오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주(神酒)다. 축제를 앞두고 강 릉 시민들은 집집마다 정성껏 쌀을 모은단 다. 그렇게 모인 쌀은 신에게 올리는 술이 된다. 요즘은무엇이든돈으로해결할수있 는시대다. 그럼에도불구하고신주는돈으 로만들어지는술이아니었다. 이웃이조금 씩내어준쌀과정성이모여완성되는공동 체의술이다. 누군가는한줌을보태고, 또다른누군가 는 작은 마음을 더한다. 그렇게 모인 쌀은 술이 되고, 술은 제례가 되고, 제례는 다시 천년의시간을이어준다. 친구가단오제를 자랑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는지 모른다. 축제의주인공은유명한공연도, 화려한시 설도아니었다.바로강릉사람들이었다. 장단흐르고신과사람이만나는마당 단오제단에서는 제례가 엄숙하게 이어지 고있었다.차분한의식이끝나자굿판이열 렸다. 순간분위기가완전히달라졌다. 꽹과 리와장구,북이서로호흡을맞추고무당의 목소리가허공을가르기시작했다. 흰한삼 은바람을따라춤을추고사람들의시선도 자연스럽게굿판으로모여들었다. 책속에 서만봤던굿이눈앞에서살아움직였다. 무속은 자연과 인간을 이어 주는 오래된 언어였다. 비를 기원하고, 풍년을 빌며, 마 을의평안을기도하는마음이장단속에담 겨있었다. 굿은공연처럼완성된작품이라 기보다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살아 있는기원이었다. 굿판마다음악이달랐고, 춤이 달랐으며, 의미도 달랐다. 그 풍성한 구성은우리전통문화의깊이를새삼실감 하게한다. 천년의기억살아숨쉬는강릉단오제 먹거리촌에는 강릉의 별미가 가득했고, 각설이공연에도많은사람들이모여있었 다. 그런데이상하게도발길은자꾸만단오 제단과 수리마당으로 향한다. 그네장과 씨 름장, 투호장을 지나 강릉단오제 체험촌으 로들어선다. 축제의흥겨움보다전통이이 어지는경험들이더깊게마음에남는다. 어린시절교과서에서읽었던장면도직접 만났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다. 은은한 향을 머금은 창포물이 머리카락을 적시자어린시절책속삽화가현실이됐다. 사람들은서로웃으며물을나누고,아이들 은신기한표정으로부모를따른다. 오래된 풍습은그렇게지금도사람들의일상속에 서살아숨쉬고있었다. 수리취떡은초여름산의향기를머금고있 었다. 쫄깃한찹쌀사이로번지는수리취의 은은한향은계절을먹는기분을선사한다. 그리고 신주 한 잔. 강릉 시민들이 한 줌씩 모은 쌀로 빚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술 맛마저 다르다. 한 잔의 술 속에는 수천 명의 정성과 천 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지 역을사랑하는마음은거창한구호보다이 런모습에서더깊게전해진다. 사람닮은천년의축제 남대천을 천천히 걸으며 축제장을 다시 바라봤다. 무대에서는장단이이어지고, 아 이들은뛰어놀고, 어르신들은익숙한얼굴 들과인사를나눈다. 축제를운영하는자원 봉사자들의 손길에도 자연스러운 여유가 묻어난다. 강릉단오제는오래된행사를보 러가는여행이아니다. 한도시가천년동 안지켜온마음을만나는여행이다. 친구가그토록자랑스럽게이야기했던이 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역사는 기록 으로남기도하지만사람들의생활속에서 이어질때더깊은생명력을얻는다. 강릉단 오제는바로그런시간을품고있었다.남대 천을가득채운장단은과거에서흘러온소 리가아니라, 오늘을살아가는강릉사람들 이내일로이어보내는문화의숨결이다. 강릉을 떠나는 길, 여행 가방에는 수리취 떡보다 오래 남을 선물이 담겨 있다. 사람 들이 조금씩 내어준 쌀 한 줌이 신주가 되 고, 그 신주가 다시 공동체를 하나로 이어 주는 풍경. 그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천 년 의시간을견뎌온강릉단오제의가장깊은 힘이다. 강릉단오제는 그렇게 오늘도 사람 을통해역사를이어가고있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남대천행사장. 단오제단. 신과만나고사람이이어가는 ‘강릉단오제’ 동해를품은강릉. 이번여행은강릉출신친구의자랑에서시작된다.“강릉단 오제는꼭봐야해요.”처음에는고향을사랑하는마음에서나오는말이라생 각했다. 누구에게나자신의고장을가장아름답게소개하고싶은마음은있 으니까. 하지만해마다같은이야기를들을수록궁금해졌다. 무엇이그토록 자랑스러울까. 어떤축제이기에강릉사람들은한결같이자신의도시를먼저 단오제로설명할까. 그궁금증을품고초여름의강릉으로향한다. 남대천에다다르자친구의말이비로소이해되기시작했다. 강변을따라이어 진단오장은수많은사람들로가득했지만분주하기보다넉넉했고, 흥겨우면 서도차분한질서를품고있었다. 오래된나무그늘아래서는웃음소리가이 어지고, 멀리서는장단이바람을타고천천히다가왔다. 축제는이미시작됐 고, 강릉은도시전체가하나의축제의장이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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