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7월 17일(금) ~ 7월 23일(목) A8 여행 그림앞에서만나는인간의시간 1870년 설립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5000년에이르는인류의예술과문명을품 고있다.이집트신전에서그리스조각,렘브 란트와 베르메르를 지나 인상주의와 현대 미술에이르기까지, 이거대한미술관을하 루에모두본다는것은불가능하다. 그래서 메트에서는 무엇을 많이 볼 것인가보다 어 디에서멈출것인가가중요하다. 여행도그 러하다.수많은도시를지나고수백장의사 진을남겨도오래기억되는것은몇개의장 면뿐이다. 한 작품 앞에서 보낸 침묵, 어느 거리의 저녁 빛, 낯선 사람과 나눈 짧은 대 화가때로는한도시전체보다오래남는다. 유럽 미술관에서 예술은 자신이 태어난 땅의역사와함께존재한다. 파리의회화는 도시의 기억과 이어지고, 암스테르담의 렘 브란트와베르메르는운하와북유럽빛속 에서더깊어진다. 피렌체와로마에서는성 당과 광장, 오래된 돌길까지 르네상스라는 하나의문명으로연결된다. 뉴욕의메트에서는조금다른감정을느낀 다. 고향을 떠나온 작품들이 서로 다른 문 명의유산과나란히놓여새로운관계를만 든다.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뉴 욕을이뤘듯, 이곳에서도서로다른시대와 문화가만나새로운이야기를쓴다. 어쩌면 메트는뉴욕을가장닮은미술관인지도모 른다. 반고흐의그림앞에선다. 세계에서가장 빠르게움직이는도시한가운데서그의거 친붓질을바라보니한인간의고독이가까 이 다가온다. 살아 있는 동안 충분히 인정 받지못했던화가의그림앞에이제세계각 국의사람들이모여든다. 인간의생애는짧 지만예술의시간은길다. 에드가드가의무희들앞에서는발걸음이 느려진다.그가바라본것은무대위의화려 한순간만이아니었다. 그림을바라보다문 득오늘저녁의오페라를생각한다. 관객에 게공연은몇시간의경험이지만, 그시간을 위해성악가들은오랜세월목소리를훈련 한다. 오케스트라와합창단, 무대기술자와 의상제작자들의보이지않는시간이하나 의세계를완성한다. 예술은순간의기적처 럼보이지만그뒤에는언제나긴반복과기 다림이있다. 이번방문에서가장기다렸던것은라파엘 로 특별전이었다. 서른일곱 해의 짧은 생애 를 살았던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함께르네상스의정점을이뤘 다. 그의그림앞에서는마음이이상할만큼 차분해진다. 인물의시선과손의움직임, 옷 자락의흐름까지정교한질서속에놓여있 으면서도인간적인온기를잃지않는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도오래기억에남았다. 한노부부가그 림앞에서한동안움직이지않았다. 남자는 안경 너머로 화면의 세부를 살폈고, 여자는 설명을읽은뒤다시그림을바라봤다. 많은 말을나누지않았지만, 함께한작품을바라 보는 시간 자체가 두 사람의 오래된 대화처 럼느껴졌다. 다른 전시장에서는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 이었다. 아이들은바닥에앉아교사의설명 을듣고작은노트에무엇인가를적었다. 한 학생이 질문하자 교사는 곧바로 답하지 않 고그림을다시바라보게했다. 아이들의시 선이 일제히 500년 전 그림으로 향했다. 위 대한 작품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문화가 완 성되는것은아닐것이다. 다음세대가작품 앞에자연스럽게앉아오래바라보고, 질문 하고, 자신의언어로말하는것. 문명의깊이 는어쩌면그런일상의풍경에서드러난다. 예술이마음으로옮겨가는밤 라파엘로의 고요를 뒤로하고 링컨센터로 향한다. 분수너머로메트로폴리탄오페라 하우스의거대한아치형창이빛나고있었 다. 젊은 연인들은 사진을 찍고, 오랜 세월 함께오페라를보아온듯한노부부는천천 히계단을오른다. 공연을기다리는설렘이 광장전체에번지고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영상 속 메트의 무대가 지금, 눈앞에있다. 객석의조명이어두워지 고 첫 음이 극장의 공기를 흔든다. 오래전 화면으로듣던음악이이제는몸을통과한 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내가 한 공 간에서만나는듯했다. 오페라는오래된예 술이지만 인간의 목소리로 태어나는 순간 만큼은언제나현재형이다. 막이 내리고 거대한 박수가 극장을 채웠 다. 아침에보았던라파엘로의인물들이떠 올랐다. 500년전회화와오늘밤무대에서 살아난 목소리. 하나는 영원히 멈춰 있고, 다른 하나는 몇 시간 동안 살아 움직이다 사라진다. 그러나아름다움은쉽게끝나지 않는다. 그림을 바라본 사람의 기억으로, 음악을들은사람의감정으로옮겨가다시 긴생명을얻는다. 여행은 낯선 세계를 만나러 떠나는 일이 지만,때로는오래전부터마음속에살고있 던꿈을현실에서다시만나는일이기도하 다.뉴욕의하루가내게그랬다.라파엘로의 고요한 시선에서 시작해 푸치니의 마지막 음에이르기까지, 예술은시간과공간을건 너 한 사람의 삶에 조용히 말을 걸었다. 그 리고그밤, 나는뉴욕에서예술을봤고, 음 악을들었으며,오래전나와다시만났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뉴욕에서예술과사랑에빠진하루 뉴욕에서는하루에도몇개의시대를건널수있다. 아침에는르네상스의성 모앞에서고, 오후에는파리의무희와고흐의풍경을바라보다, 저녁이면푸 치니의음악을따라 19세기파리의다락방으로들어간다. 서로다른시대의 예술이한도시에서만나고, 여행자는그사이를걸으며자신의기억과감정 을새롭게발견한다. 오늘의여정은두개의‘메트’(The Met)를잇는다. 낮에는메트로폴리탄미 술관에서인류가남긴아름다움의시간을걷고, 저녁에는링컨센터의메트로 폴리탄오페라하우스에서‘라보엠’을만난다. 하나는시간을붙잡아보존 하고, 다른하나는오래된악보에오늘의목소리와숨결을불어넣는다. 라파엘로의고요에서메트오페라의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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