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7월 24일(금) ~ 7월 30일(목) A8 여행 경상남도 서쪽 끝에 자리한 하동은 섬진 강을 사이에 두고 전남 광양과 구례를 마 주한다. 북쪽에는 지리산이 우뚝 서고, 남 쪽으로흐른강물은광양만을지나바다로 향한다.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한 지역의 역사와 삶을 함께 빚어낸 곳이다. 하동을 말하면사람들은차와재첩, 화개장터와십 리벚꽃길, 박경리의‘토지’와 평사리 들판 을먼저떠올린다. 하지만이번여행이향한 곳은그이름난풍경너머였다. 강떠나산의시간으로 하동여행은물에서시작해산으로깊어진 다. 차창밖으로섬진강이오래도록따라온 다. 햇빛을머금은강물은은빛으로반짝이 다산그늘을품으며차츰짙어진다. 모래톱 과 강변의 작은 마을, 밭을 오가는 사람들 의느린걸음은강물의흐름과닮아있다. 두물줄기만나는곳 ‘쌍계사’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로 향하는 길은 계곡을따라천천히높아진다. 물은바위에 부딪혀흰포말을만들고, 숲은길위로짙 은 그늘을 드리운다. 쌍계사는 통일신라의 시간을간직한천년고찰이다. 신라성덕왕 때대비와삼법두스님이당나라에서육조 혜능의 정상을 모셔와 절을 세웠다고 전하 며, 이후진감선사혜소가선풍을일으키며 사찰의기틀을다졌다고한다. 일주문을 지나자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달라진다.문하나를지날때마다세상의소 음은멀어지고,계곡물과바람소리가더가 까워진다. 가장오래시선을붙드는것은진 감선사탑비다. 비문은 신라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이지은것으로전한다. 천년이넘는 세월을견딘비석앞에서면역사는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라 사람의 뜻과 삶이 이어지 는시간이라는사실을새삼깨닫게된다.바 다를건너불법을배우고돌아온한수행자 의발걸음과그흔적을찾아온오늘의여행 자가같은산을바라보고있는것이다. 임진왜란으로큰상처를입었던쌍계사는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다시 살아났다. 오 래된사찰의아름다움은처음모습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너진 시간을 끝내포기하지않았던사람들의마음이오 늘까지이어졌기때문인듯싶다. 굽이굽이 ‘칠불사’ 가는길 쌍계사를 떠나 칠불사로 향한다. 길은 점 점좁아지고산은더깊어진다.굽이를돌면 계곡이나타나고, 다시굽이를넘으면숲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차 창문을 열자 숲의 향기와물소리가차안으로스며든다. 칠불 사로가는길에서는목적지보다그곳에이 르는시간이더소중하게느껴진다. 도시에 서는 도착이 중요하지만 산에서는 굽이진 길자체가여행이된다. 지리산 반야봉 남쪽 자락에 자리한 칠불 사는가야김수로왕의일곱왕자가이곳에 서수행해성불했다는전설에서이름을얻 었다. 전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깊은 산을 마음의안식처로여겼던옛사람들의정신 을보여주는이야기다. 천년의온기품은 ‘아자방’ 칠불사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곳은 아자방이다. 방의구조가한자‘亞’(아)를 닮아붙은이름으로,수행자들이좌선에전 념할수있도록설계된독특한선방이다.이 곳의온돌은단순한난방시설이아니라수 행을가능하게한지혜였다. 혹독한산중의 겨울, 따뜻한구들은수행자의몸을지탱했 고, 그 온기 위에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 신의마음을들여다보았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과 마음을 닦는 수행이 한 공간에서 만난 것이다. 옛 사람 들은자연을거스르려하지않았다. 추위를 이겨내기보다 함께 견디는 방법을 찾았고, 불길이지나가는구들을놓아자연속에서 오래 머무는 삶을 선택했다. 그 순간 건축 은단순한기술을넘어삶의철학이된다. 산내려오며다시만난 ‘섬진강’ 하동의 여행은 강에서 시작해 산으로 올 라갔다가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하나의 순 환처럼이어진다. 사람들은하동을차와벚 꽃, 화개장터와 재첩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오래남는것은이름난명소보다그사이를 잇는 길이다. 차밭 사이 오솔길, 계곡을 건 너는작은다리, 절집의돌계단과산속을스 치는바람한줄기같은풍경들이다. 쌍계사에서는천년을이어온역사의시간 을만났고, 칠불사에서는침묵속에서자신 을돌아보는수행의시간을만났다. 두산사 는서로다른이야기를품고있지만결국한 곳을향한다.더깊고,더고요한마음이다. 해가 기울 무렵 섬진강에는 저녁 빛이 잔 잔히부서지고, 강건너지리산은천천히어 둠속으로스며든다. 산을내려왔지만마음 은 아직도 그 산사에 머물러 있다. 아자방 구들장을타고흐르던오래된불의온기처 럼, 하동에서 보낸 하루는 보이지 않는 길 을따라오래도록마음속을데워준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칠불사. 쌍계사. 섬진강서칠불사까지…하동의시간걷다 어떤여행지는풍경으로기억되고, 어떤여행지는떠난뒤에야마음속에서깊어진다. 섬진강의물빛과지리산의능선, 화개천을따 라흐드러지게피는벚꽃과산비탈의차밭은하동을떠올리게하는익숙한풍경이다. 그러나하동의진짜매력은그보다한걸음더 깊은곳에있다. 강에서산으로, 마을에서계곡으로, 다시오래된산사로들어설수록이땅이품어온시간의깊이가서서히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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