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8월 6일 (목요일) 영화에 오스카가 있다면, 음악 엔그래미가있다. 아니, 그래미는 칸·베니스·베를린의 권위와 오 스카의 인지도를 동시에 가지니, 상대 위상은 오스카보다 높다고 말하는게맞겠다. 그래미의위대함은시대별‘올해 의 앨범’수상 가수를 보면 알 수 있다. 1960년대토니베넷, 프랭크 시내트라, 사이먼앤드가펑클. 70 년대캐럴킹,올리비아뉴튼존,빌 리조엘. 80년대마이클잭슨,티나 터너,스티비원더. 90년대엔필콜 린스,에릭클랩턴,휘트니휴스턴. ■ 그러나 2000년대 그래미는 자주 편협함을 노출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흑인·여성음악가혹은 흑인음악장르에대한차별논란 이 끊이지 않았다. 본상 격인‘제 너럴 필드’에선 백인을 우대하고, 유색인종 가수는 별도 장르에 넣 어‘유리천장’으로관리했다는의 혹을받는다. 2021년엔세계적돌풍을일으킨 싱어송라이터 위켄드를 모든 수 상후보에서뺀일도있었다. 위켄 드, 에미넴, 저스틴비버, 드레이크 등이‘공정하지 못한’그래미를 보이콧했다. ■ BTS가 내년 그래미에 새 앨 범과 수록곡을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미가 K팝을포함한‘아 시안팝’분야를신설하겠다고한 것에 대한 보이콧이다.‘아리랑’ 수록곡 가사는 대부분 영어인데, BTS가한국인이라는이유만으로 본상에서 멀어졌다. 아시아 가수 들은 본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 하는‘2부리그’에갇히는신세가 된다. K팝의인기는이용하면서정 작 대우는 안 해주겠다는 얄팍한 속셈이의심된다. ■그래미가권위높은시상식인 건맞다. 그러나그금자탑은그래 미스스로쌓아올린게아니다.문 화·예술계 상의 권위는 예술가의 재능과 노력으로 시작되어, 팬의 안목과 줄기찬 지원의 힘을 받아, 결국이를지켜보는대중의관심· 동감·수긍으로 완성된다. 그래미 가변화를인정하지않고자꾸이 상한 상을 신설해 기득권을 수호 한다면, 팬과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을것이다. 과거에여러번보이 콧이 있었음에도 그래미가 바뀌 지않는걸보면, 기득권놓기가정 말어렵다는점을새삼실감한다. 오피니언 A8 킴벌리 커버거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내가슴이말하는것에더자주귀를기울였으리라. 더즐겁게살고,덜고민했으리라. 금방학교를졸업하고머지않아 직업을가져야한다는걸깨달았으리라. 아니,그런것들은잊어버렸으리라. 다른사람들이나에대해말하는것에는 신경쓰지않았으리라. 그대신내가가진생명력과단단한피부를 더가치있게여겼으리라. 더많이놀고,덜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아름다움은 자신의인생을사랑하는데있음을기억했으리라. 부모가날얼마나사랑하는가를알고 또한그들이내게최선을다하고있음을믿었으리라. 사랑에더열중하고 그결말에대해선덜걱정했으리라. 설령그것이실패로끝난다해도 더좋은어떤것이기다리고있음을믿었으리라. 아,나는어린아이처럼행동하는걸두려워하지않았으리라. 더많은용기를가졌으리라. 모든사람에게서좋은면을발견하고 그것들을그들과함께나눴으리라.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나는분명코춤추는법을배웠으리라. 내육체를있는그대로좋아했으리라. 내가만나는사람을신뢰하고 나역시누군가에게신뢰할만한사람이되었으리라. 입맞춤을즐겼으리라. 정말로자주입을맞췄으리라. 분명코더감사하고, 더많이행복해했으리라. 지금내가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추억의아름다운시 8월, 순우리말로 타오름달답게 천지가 끓는다. 기운을 북돋우려 고 임윤찬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 아노협주곡《황제》 3악장을들었 다. 마지막음이터지자객석이일 제히 일어섰고 폭포 같은 박수와 함성이쏟아졌다. 그소리는2023 년늦가을통영에서온힘을다해 박수를 보내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결선연 주를보기위해아침첫통영행시 외버스를 탔던 토요일, 어렵사리 구한 입장권을 꼭 쥐고 객석에 앉 았다. 오후 3시에 시작된 경연은 중간휴식을사이에두고네시간 남짓이어졌다. 결선에오른네명 의 신예 피아니스트가 차례로 연 주할때마다나는침삼키는것도 조심스러울 만치 몰입했다. 연주 자들의 표정 변화와 호흡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디 실수 없이제기량을펼쳐다오, 나도모 르게기도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연주를 마칠 때 마다 손바닥이 얼얼하게 손뼉을 쳤다. 객석전체가하나의파도같 았다. 그들이 결선에 오르기까지 오롯이 견뎌야 했던 고독과 쏟아 부은시간을헤아리면서울컥했던 것같다. 박수는연주에대한찬사 이면서무대에오르기까지겹겹이 쌓인보이지않는날들을향한응 원이기도 했다. 마지막 참가자의 연주가 끝나고 공연장을 나섰을 때, 통영바다에11월의밤이내려 앉아있었다. 막차를타고돌아오는동안에도 미처 거두지 못한 박수의 감각이 두 손에서 맴돌았다. 첫차에서 막 차까지, 그날 나는 음악을 들으러 갔다가 누군가에게 마음껏 박수 를보내는기쁨을안고돌아왔다. 타인이빛나는순간에두손을보 탰을 뿐인데 차오르는 그 충만감 이라니. 사람이 몸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경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숨과 목소리를 모아 화음 을이루는합창, 두다리로한계를 건너는 마라톤, 두 손을 마주쳐서 환희를 꽃피우는 박수가 떠오른 다. 합창에는 음정이 필요하고 마 라톤에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박 수에는 자격도 연습도 필요치 않 다. 악보도지휘자도없이서로모 르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 소리로 모이는즉석합주다. 진심에서 나오는 박수만큼 무해 한행위가또있을까. 박수와함께 나눈 기쁨은 아무리 나누어도 내 몫이 줄어들지 않는다. 받는사람 은 그 기쁨을 온몸으로 되돌려준 다. 진심과진심사이를오가는동 안기쁨은점점부푼다. 박수를치 는 순간만큼은 어느 한쪽의 것이 아니다. ‘좋아요’와‘하트’라는 디지털 박수가 일상이 된 시대지만 오늘 아침화면앞의나를깨운것은수 천개의손바닥이마주쳐낸살아 있는 소리였다. 처진 어깨가 펴지 고손끝에힘이돌아오는,그소리 는피부에닿고혈관을따라달리 며잠들어있던몸과마음을흔들 어깨웠다. 연주가끝난컴퓨터화면앞에서 깊은 숨을 내쉬자 고여 있던 답답 함이스르르풀려나간다. 대신평 안과 명랑한 기운이 들어선다. 속 시끄러운 일은 털어내고 오늘 할 일을해치우자. 남은하루를잘건 너가보는거다. 음악은끝났지만내안의박수는 한동안 이어진다. 통영에서 손바 닥이얼얼하도록박수치던두손 이 이제는 지친 내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준다. 박수가 나를 깨울 때 이영창 / 한국일보 논설위원 지평선 그래미는 왜 보이콧 대상이 됐나 성영라 수필가 미주문협부이사장 [목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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