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8월 7일(금) ~ 8월 13일(목) A8 여행 커피향에깃든장인의집념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은은한 원두 볶는 향이 코끝을 스친다. 바닷가 도시인 강릉 이어쩌다대한민국을대표하는‘커피의성 지’가 됐을까? 이야기는 1980년대 안목해 변의커피자판기거리로거슬러올라간다. 당시바다를찾았던청춘들은자판기달콤 한커피를마시며낭만을찾았다.하지만진 짜 전환점은 대한민국 1세대 바리스타 박 이추선생을비롯한명장들이강릉으로터 전을옮기면서시작됐다고한다. 맑은물과수려한자연환경, 그리고장인 들의집념이만나‘강릉커피’라는고유한 브랜드가 탄생됐다. 단순히 카페인이 필요 해 마시는 음료가 아닌, 동해의 바람을 바 라보며 마시는 인문학적 매개체가 된 셈이 다. 따뜻한 핸드드립 한 잔을 마시며 내려 다보는해변은그자체로한폭의그림이다. 바닷물이빚어낸몽글몽글한순두부 커피향으로여유를즐긴후, 강릉식문화 의자존심을확인하기위해초당두부마을 의 대표주자‘동화가든’으로 발길을 옮긴 다.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려 마침내 마주 한 짬뽕순두부 한 그릇. 불향 가득한 칼칼 한국물속에서하얗고몽글몽글한순두부 가고소한존재감을발산했다. 강릉의 두부가 유독 유명한 이유는 역사 적,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조선 선조 때 문 신허엽(허균과허난설헌의아버지) 선생이 강릉부사로재임할당시, 관청앞의깨끗한 샘물과강릉앞바다의깨끗한바닷물로간 수를 맞춰 두부를 만들게 했다고 한다. 그 래서 선생의 호를 딴‘초당(草堂)두부’의 시초가됐다. 동해의 짠 바닷물이 콩의 단백질을 부드 럽게 응고시켜 특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수백 년 전 바닷 물로간을맞추던지혜가오늘날얼큰한짬 뽕국물과만나현대인의입맛을사로잡고 있으니,그야말로세대를뛰어넘는맛이다. 율곡의숨결과화폐에담긴예술의혼 식사 후 한잔의 커피로 호사를 누리고 찾 아간곳은오죽헌(烏竹軒)과강릉시립박물 관이다. 검은 대나무(烏竹)가 호위하듯 둘 러싼이옛집은신사임당과율곡이이선생 이태어난역사적인공간이다. 조선시대수 많은 사대부 가옥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고고한자태를유지하고있는이곳에서바 람에 서걱거리는 검은 대나무 소리를 듣고 있자니, 더운여름의열기가조금은사라지 는듯하다. 오죽헌 바로 곁에 새로 들어선 강릉 화폐 전시관은 뜻밖의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선 사했다. 한집안, 그것도모자(母子)가한국 가의최고권위화폐(오만원권신사임당· 오천 원권 율곡 이이)의 인물로 등장하는 사례는세계적으로도지극히드문일이다. 전시관에서는화폐에담긴위인들의이야 기와화폐제조기술, 그리고신사임당의초 충도에담긴정교한화풍을디지털과실물 자료로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있었다. 돈 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매개체를 통해 가 장인문학적인화두를던지는역설이매우 흥미로웠고 체험 공간은 즐거움을 선사한 다. 한옥들보아래서기울이는수제맥주 어느덧해가기우는오후, 지친다리를쉬 어 주고 청량함을 채우기 위해‘버드나무 브루어리’로 향했다. 옛 막걸리 양조장을 리모델링해 수제 맥주 공방으로 탈바꿈시 킨이곳은전통과현대가가장감각적으로 교차하는공간이다. 여름날의열기를식혀 주는붉은벽돌과목재들보사이에서솔바 람 같은 시원한 수제 맥주 한 잔을 기울인 다. 강릉의쌀과곶감, 백일홍등지역적색채 가짙게밴재료로양조된맥주는입안가 득다채로운풍미를선사한다. 거품너머로 스치는서늘한바람과잔잔한조명은강릉 의여름밤이선사하는가장사치스러운휴 식이다. 옛양조장의세월위에현대의청년 정신이 더해져 거품처럼 피어나는 여름 정 취는여행자의더위를식힌다. 오죽헌한옥마을서맞이하는깊은밤 오죽헌옆에조성된‘오죽헌한옥마을’, 이곳은전통한옥의미학을현대적인편의 성과결합해재현해낸체험형숙박공간이 다. 낮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달려온 여정을뒤로하고, 대청마루에앉아단아한 흙담너머로떠오른달을바라본다. 은은한 소나무 향과 흙냄새가 밤바람을 타고스며들었다. 대청마루에누워느껴지 는서늘한나무의감촉은도시의소음과빌 딩숲에지쳐있던심신을온화하게감싸안 아준다.한옥이주는특유의비움과채움의 미학속에서, 강릉에서의하루가깊은울림 으로정돈된다. 강릉은 단순히 바다를 보고 오는 휴양지 는 아니다. 바닷물로 빚어낸 두부 한 점의 역사, 동해바람을담은커피한잔의열정, 신사임당과율곡의문화적유산, 그리고세 월을재해석한맥주한잔의여유까지…. 지 친일상에서벗어나깊이있는서사를지닌 여행을꿈꾼다면강릉의바람과향기가머 무를듯하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오죽헌. 오죽헌한옥마을. 강릉의바람과향기, 그리고역사에취하다 서울을떠나태백산맥의묵직한줄기를뚫어낼때쯤, 창밖풍경은시시각각녹음의짙은색조로물들어간 다. 한시간남짓의짧은휴식후바다향을품은바람이마중나오는곳, 강릉에다다랐다. 수많은이들이 동해의일출을보기위해이곳을찾지만, 강릉이진정매력적인이유는길목마다켜켜이쌓인스토리와풍 성한미학적체험이도사리고있기때문이다. 버드나무브루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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