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8월 14일(금) ~ 8월 20일(목) A8 여행 여행은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한 도시가품은시간을천천히읽어가는일이 다이번치앙마이여행은그사실을다시깨 닫게한다. 오랫동안태국은세계여행자들 에게‘미소의나라’이자가장부담없이떠 날수있는휴양지였다. 방콕의밤거리를가 득메운열대과일향, 푸껫의눈부신바다, 따뜻한 사람들과 저렴한 물가만으로도 이 유는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태국 관광 환경은 조금씩 바 뀌었다. 바트화 강세와 높아진 물가, 중화 권을중심으로확산된치안불안, 베트남을 비롯한주변국가들의약진, 여기에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치며 여행자들의 선택이 조 금씩바뀌었다. 북부의대표도시치앙마이 도 예외는 아니다.‘한 달 살기’의 성지, 감 성카페의도시라는수식어뒤에는매년반 복되는버닝시즌이문제로남아있다. 2월 말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화전 농법 과 산불은 도시를 잿빛 스모그로 뒤덮는 다. 분지지형인치앙마이는연기가쉽게빠 져나가지 못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최 악수준까지이르렀다. 그래서이도시를가 장아름답게만날수있는계절은공기가맑 고하늘이높아지는11월부터1월까지라고 한다. 이번여행은아쉽게도그시기를놓쳐 때때로희뿌연하늘아래도시를걷기도했 지만, 치앙마이의진짜매력은맑은풍경보 다사람들의삶속에스며들어있었다. 양귀비피던산…커피향피어나다 이른 아침, 님만해민 골목으로 들어서자 사원의종소리가새벽공기속으로잔잔하 게퍼진다. 승려들은탁발을위해천천히길 을걸었고, 골목마다갓볶은원두향이서 서히번진다. 문을연지얼마되지않은카 페에서는 바리스타가 분주하게 에스프레 소를내리고, 노트북을펼친여행자들은하 루를 시작한다. 님만해민에서 올드시티까 지 걷는 동안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로스터리처럼느껴졌다. 치앙마이가오늘날동남아시아스페셜티 커피의중심지가된것은단순한유행이아 니다. 도이수텝과 도이인타논을 비롯한 해 발 1000m안팎고산지대는아라비카커피 가자라기에이상적인환경을갖추고있다. 그러나 이 변화를 만든 것은 자연보다. 사 람이다. 1969년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북부산악지대의빈곤을해결하기위해‘로 열프로젝트’를시작했다고한다. 당시북부‘골든트라이앵글’일대소수민 족들은마약원료인양귀비를재배하며가 난과범죄의굴레에갇혀있었다. 국왕은이 들의 빈곤을 해결하고 마약 재배를 퇴치하 기 위해 양귀비 대신 커피와 과수, 채소를 심도록 지원했고 정부와 연구기관은 수십 년동안재배기술과유통망을함께만들어 갔다. 그결과, 양귀비가피던산은세계적인스 페셜티 커피 산지로 탈바꿈했다. 카페에서 마신 한 잔의 싱글 오리진은 단순히 좋은 원두의맛이아니라,한나라가마약재배를 줄이고공동체의삶을바꾸어온시간까지 함께녹아있었다. 그래서치앙마이커피는 향보다이야기가먼저기억에남는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디지털 노마드들 도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 스타벅스보다 Graph, Ristr8to 같은 로컬 로스터리가 더 사랑받고, 카페는단순히커피를마시는공 간이아니라일하고토론하며새로운문화 를만들어가는공동체의거실이됐다. 자연소비하지않는럭셔리 이번 여행은 화려한 리조트보다 자연을 존중하는공간을선택했다. 도이수텝산자 락에 자리한 알린타 리트리트 치앙마이는 숲속으로조용히스며든다. 오래된티크목 재를재활용한건물은숲의풍경을방해하 지않았고, 객실안에서는일회용플라스틱 을 찾아볼 수 없다. 아침 식탁에는 지역 농 가에서가져온유기농식재료가오르고, 요 가와명상프로그램은여행의속도를자연 스럽게늦춘다. 이른 아침, 식당에서 바라보니 주황색 가 사를 두른 승려들이 묵묵히 탁발을 위해 지나간다.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목소리도 높이지 않는다. 새소리만 숲속을 메웠다. 그짧은풍경으로치앙마이라는도시가왜 ‘느림’을이야기하는지조금이나마이해할 수있었다. 머무는공간의럭셔리는화려한 샹들리에나대리석욕실이아니었다. 자연 을해치지않는절제와지역공동체를존중 하는태도야말로가장품격있는환대였다. 며칠뒤머문또다른호텔,핑강변의라야 헤리티지는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움직였 다. 북부란나왕국의건축미를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리조트는 화려함보다 여백으 로편안함을선사한다. 객실곳곳의직물과 도자기, 지역장인들과의오랜협업으로만 들어진목공예품이눈길을이끈다.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메뉴들, 지역 농 가의식재료들을중심으로한현지음식들 이 또 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아 침의요가, 산책길에서만난꿀벌통과나무 를위해기르는벌레들. 모두가낯설고신선 하다. 천천히 테라스에 앉아 핑강을 바라본다. 강물은서두르지않고,바람은나무사이를 조용히지나갔다. 관광객을위한이벤트도, 화려한 음악도 없었다. 대신 물 흐르는 소 리와새소리만이시간을채운다. 그고요함 속에서문득란나문화가지금도살아있다 는 사실을 실감한다. 전통은 박물관 안에 보존되는것이아니라사람들의일상속에 서이어질때비로소생명력을얻는다. 라야 헤리티지는 그 사실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 었다. 여행, 결국사람배우는일 치앙마이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 다 만 그 아름다움은 사진 속 푸른 하늘만으 로완성되지않는다. 계절을이해하고, 자연 을 존중하며, 이 땅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 을함께바라볼때비로소진짜치앙마이가 모습을드러낸다. 스모그너머란나의숲에 서 마신 한 잔의 커피, 그리고 지속가능한 철학을 품은 두 호텔에서의 경험은 여행이 소비가아니라공존의방식이될수있음을 조용히일깨워줬다. 치앙마이는화려한관광지가아니라자연 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서로를 지키며 살 아가는법을보여주는거대한인문학의숲 이었다. 커피향이번지던골목과핑강위를 천천히 스쳐 가던 바람의 속도, 그 느린 리 듬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이어지 고있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치앙마이 ‘란나의숲’서얻은인문학적위안 도이수텝산자락에자리한알린타리트리트치앙마이. 핑강변의라야헤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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