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8월 21일(금) ~ 8월 27일(목) A8 여행 장미의기도, 감곡의오래된시간 서울을벗어나중부내륙으로접어들자여 름 들판이 짙은 녹색으로 펼쳐진다. 그 풍 경속언덕위로붉은벽돌과뾰족한첨탑의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이모습을드러낸 다. 1896년설립된충청북도최초의천주교 본당으로, 초대주임임가밀로신부가이곳 에신앙공동체의터전을마련했단다. 현재 의고딕양식성당은1930년에완성됐다. ‘매괴’라는 이름이 낯설다. 본래 장미를 뜻하는말로, 한국천주교에서는로사리오, 곧 묵주기도를 일컫던 표현이다. 묵주알을 하나씩넘기며드리는기도를성모에게장 미꽃을한송이씩바치는행위에비유한것 이다.이름의뜻을알고성당을바라보니공 간의분위기도새롭게다가온다. 성당 안에는 프랑스 루르드에서 제작된 성모상이모셔져있다. 한국전쟁당시총탄 을맞은흔적을간직한성모상이다. 루르드 는 1858년 성모 발현으로 세계적인 가톨 릭순례지가된프랑스남부의작은도시다. 감곡에도 루르드를 본뜬 성모동굴이 조성 돼있어‘한국의루르드’라불리기도한다. 특히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은 이곳에 서의미가깊다. 감곡성당은로마성모대성 전과영적유대를맺은순례지로, 정해진조 건을충족하면전대사를받을수있다.전대 사란고해성사를통해죄를용서받은뒤남 아있는잠벌을교회가정한조건아래모두 면제받는다는가톨릭의신앙개념이다. 신앙의 유무를 떠나 오래된 성당에 잠시 앉아있으면수많은사람이이곳에서무엇 을 기도하고 의지하며 살아왔는지 생각하 게된다.여행에서종교공간을만나는일은 결국인간의오랜마음을들여다보는일이 기도하다. 능이오리백숙과한산해진양조장 성당을 나서자 다시 뜨거운 햇살이 쏟아 진다. 점심은 능이버섯을 넣은 오리백숙이 다. 커다란냄비에서김이피어오르고진한 국물에 능이 향이 번진다. 한여름에 뜨거 운 국물을 먹으며 다시 땀을 흘린다. 복날 삼계탕에서 보듯 우리에게는 더위로 소진 된기운을따뜻한음식으로보충하는오래 된계절의지혜가있다. 오늘여행의주제인 이열치열과도잘어울린다. 수안보로 가는 길,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에 들른다. 한때 한국 수제 맥주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줬던 아크(ARK) 맥주가 생산 되는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다. 넓은공 장과 깨끗하게 관리된 양조시설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사람들이 보 이지않는다. 양조장을방문하는즐거움가 운데하나는그곳에서갓따른맥주를맛보 는일인데테이스팅룸이닫혀있다. 코로나 이후 방문객이 줄면서 예전처럼 운영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놀라움과 아쉬움이 겹 쳤다. 수제맥주의매력은작은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개성있는맥주와그공간을찾 아가 양조 철학을 나누는 문화에 있다. 사 람들의웃음과맥주잔부딪치는소리가사 라진공간은예상보다쓸쓸했다.결국몇종 류의캔맥주를사들고공장을나왔다. 기 대와다른장면까지여행의기억이되는법 이다. 왕과선비가쉬어가던물 수안보에가까워지면서여행의속도를조 금늦춘다. 우리나라온천의역사는생각보 다 깊다. 온양은 조선 왕들이 병을 치료하 고휴양하기위해찾았던왕실온천으로유 명하고, 부산동래는오랫동안남부지역을 대표하는 온천장이었다. 울진 백암과 덕구 등지에도 저마다의 역사와 지질을 품은 온 천이이어진다. 수안보 역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몸을 쉬어가던곳이다. 조령을넘어한양과영남 을오가던길목에자리해여행자와선비들 에게휴식처가됐다. 교통수단이변하고여 행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땅속에서 솟아나 는 뜨거운 물 앞에서 인간이 원하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친 몸을 쉬게 하 고다시길을떠날힘을얻는것이다. 오늘의 숙소는 유원재다. 수안보의 오래 된온천문화를현대적인감각으로풀어낸 작은온천호텔이다. 객실마다정원과개별 온천공간을마련하고식사와휴식, 미술을 하나의 체류 경험으로 연결했다. 체크인하 고안으로들어서니화려함보다절제된공 간감이 먼저 다가온다. 나무와 돌, 물과 정 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곳곳의 미술품 이작은갤러리를걷는듯한즐거움을준다. 뜨거운물에천천히몸을담근다. 밖은한 여름인데오히려뜨거운온천속에서더위 를 잊는다. 긴장이 풀리고 여행 내내 몸에 붙어있던피로가물속으로가라앉는느낌 이다. 저녁식사도유원재에서의경험을완 성한다. 정갈한 음식과 차분한 서비스, 식 사후정원을바라보며보내는시간까지하 나의긴호흡으로이어진다. 가격만놓고보면부담이있는숙소다. 그 러나 객실과 온천, 좋은 식사, 정원과 미술 품, 고요한시간을하나의경험으로생각하 면 그 가치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특히 빠 듯한관광보다여유로운휴식을원하는중 장년층이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 잘 어울릴듯하다. 밤이깊어다시온천수에몸을담근다. 아 침에는감곡성당의고요속에서마음을쉬 었고, 점심에는 뜨거운 능이오리백숙으로 몸을 채웠다. 조금 쓸쓸해진 양조장에서는 한 시대의 변화를 봤고, 하루의 끝에서는 수안보의뜨거운물과마주했다. 나이가 들수록 여행의 기준도 조금씩 달 라진다. 얼마나많은곳을봤는가보다얼마 나깊이머물렀는가, 얼마나멀리갔는가보 다얼마나잘쉬고돌아왔는가가중요해진 다.여름이면늘시원한곳을찾아떠났지만 이번에는뜨거움속으로들어가몸의시간 을되찾았다. 수안보의 여름밤, 온천수 위로 희미한 김 이 피어오른다. 이열치열이라는 오래된 말 이 새삼 마음에 닿는다. 더위를 이기는 또 하나의방법은뜨거움을피하는것이아니 라그속에천천히몸을맡기는것인지도모 른다. 여행 역시 그렇다. 때로는 더 멀리 가 는것보다잠시멈춰자신을돌보는일이더 깊은여행이된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한여름충주여행서지친몸과마음돌보다 감곡성당. 유원재호텔앤스파. 한여름이면사람들은산과계곡, 바다를찾 아떠난다. 시원한물과바람으로더위를피하 는것이여름여행의익숙한방식이다. 이번에 는반대로뜨거운곳을찾아가보기로했다. 더 위를열로다스린다는이열치열. 뜨거운온천 수에몸을담그고하루쯤몸과마음을돌보는 여행이다. 목적지는우리나라의오래된온천마 을수안보. 그러나곧장온천으로향하지않고 충북음성감곡에서여행을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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