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8월 28일(금) ~ 9월 3일(목) A8 여행 베이징에 갈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금성의붉은담장과천안문, 후퉁의회색 벽돌이다. 3000년 가까운 도시의 역사와 여러왕조의수도였다는무게가워낙크기 때문이다. 그러나이번여행에서만난베이 징은조금달랐다. 오래된제국의수도위에 현대미술과명품, 커피와미슐랭레스토랑 이포개져있었다. 베이징은이제과거를보 존하는도시인동시에세계의취향을빠르 게흡수하고다시중국식으로번역하는거 대한실험실처럼보인다. 며칠 동안 머문 곳은 차오양구의 차오푸 팡차오디, 파크뷰 그린 안에 있는 호텔 에 클라드베이징이다. 여행전찾은정보에는 이곳이 쇼핑·예술·오피스·호텔이 결합된 약20만㎡규모의복합공간이며, 내부에는 236m 길이의 공중 연결 다리가 있다고 적 혀 있었다. 막상 들어서니‘쇼핑몰’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거대한 유리 외피안으로자연광이쏟아지고건물과건 물사이를다리가가로지른다. 하나의작은 도시를투명한지붕아래옮겨놓은듯하다. 쇼핑몰인가미술관인가 더 놀라운 것은 미술품들이다. 로비에서 복도로,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식당으로 이 동할때마다조각과설치작품이나타난다. 호텔 역시 미술관의 연장선이다. 달리에서 앤디워홀, 장샤오강등동서양작가들의작 품이 객실 층과 공용 공간에 이어진다. 왜 상업시설에이토록많은작품을가져다놓 았을까. 그 배경에는 이 공간을 단순한 쇼핑센터 가아니라예술과일상이만나는장소로만 들려는 철학이 있다. 작품을 미술관의 흰 벽안에가두지않고사람들이쇼핑하고식 사하고잠을자는공간으로끌어낸것이다. 2013년설립된파크뷰그린아트역시중국 과아시아현대미술을소개하는전문적인 예술공간으로자리잡았다. 이곳에서예술 은 쇼핑몰을 장식하는 값비싼 액세서리라 기보다건축과호텔,상업시설을하나의거 대한 전시장으로 연결하는 매개체에 가깝 다. 다만 며칠을 그 안에서 지내다 보니 다른 감정도생겼다. 작품이많다는것과작품을 잘 보게 된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말은 아 니다.조각하나를바라보다몇걸음옮기면 또 다른 조각이 나타나고, 그 뒤에는 명품 매장의쇼윈도가번쩍인다. 시선이쉴틈이 없다. 미술관이라면작품과작품사이의여 백도 큐레이션의 일부일 텐데, 이곳에서는 건축과상업과예술이동시에말을건다.풍 요롭지만때로는조금어수선하다. 물론그것또한이공간의성격일것이다. 백색벽앞에서침묵하며감상하는미술이 아니라 쇼핑하고 식사하고 호텔로 돌아가 는일상의동선속으로작품을밀어넣었으 니말이다. 어쩌면이곳은‘감상의질서’보 다‘예술과의 우연한 충돌’을 선택한 공간 인지도모른다. 베이징커피숍과미슐랭레스토랑 그런베이징의변화는미술관보다커피숍 에서더일상적으로느껴졌다. 한때중국을 떠올리면 차가 먼저였지만 오늘의 베이징 에서는젊은사람들이커피를들고거리를 걷는다. 중국 토종 체인과 해외 브랜드, 작 은스페셜티카페가경쟁한다. 커피는더이 상 서구 생활 방식을 흉내내는 음료라기보 다도시중산층과젊은세대가자신의취향 을 표현하는 소비 언어가 돼 가고 있다. 차 를마시던오랜문화가사라진것이아니라 그옆에커피라는새로운도시의습관이자 리잡은셈이다. 저녁에는미슐랭이언급한광둥식레스토 랑을찾았다. 여행안내문에도파크뷰그린 안의미슐랭레스토랑으로소개돼있었고, 호텔 주변 CCTV 본사 일대에는 광둥식· 산둥식·이탈리아식 등 여러 미슐랭 레스 토랑이모여있었다. 미슐랭이라는별을생 각하며중국음식을먹으니묘한기분이든 다. 본래 프랑스 타이어 회사가 자동차 여행 을장려하기위해만든안내서의별이한세 기를건너중국의식탁에까지도착했다. 그 러나 접시 위에 놓인 것은 결국 광둥 사람 들이 오랫동안 다듬어온 불과 칼, 육수의 기술이다. 세계화란어쩌면모든음식이비 슷해지는일이아니라, 오래된지역의맛을 세계가이해할수있는새로운언어로번역 하는과정인지도모른다. 달리조각앞서비로소보인베이징 호텔로 돌아오는 길, 다시 달리의 조각과 마주한다. 조금전까지식당에서중국요리 를먹었고손에는커피가들려있으며눈앞 에는스페인초현실주의자의작품이서있 다. 그모든것이하나의건물안에있다. 그 제야이번베이징여행의인상이한문장으 로정리됐다. 베이징은오래된것을버리고 새것으로달려가는도시가아니다. 오래된 도시위에새로운취향을끊임없이겹쳐올 리는도시다. 자금성과후퉁만으로베이징을 이해하던 시대는지나가고있는지도모른다. 이제이 도시를 읽으려면 미술관뿐 아니라 쇼핑몰 의브랜드를보고, 찻집뿐아니라커피숍에 앉아보고, 오래된베이징의음식뿐아니라 미슐랭의식탁도들여다봐야한다. 이번여 행에서가장오래남은것은특정작품이나 한접시의음식이아니었다. 예술을쇼핑몰 에풀어놓고, 세계의커피를자기취향으로 바꾸며, 오래된요리를현대의식탁위에다 시올려놓는베이징의속도와변화. 파크뷰그린은어쩌면오늘의베이징을압 축해놓은작은도시인지도모른다. 예술과 자본,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서로 충 돌하면서도 기묘하게 한 공간에서 살아간 다. 그 도시의 변화를 박물관에서 유리 진 열장 너머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미술품 사이에서 잠들고 깨어나고, 커피를 마시고 음식을먹으며며칠살아보는것으로조금 더가까이들여다볼수있었다.그리고그것 이이번베이징여행이남긴가장흥미로운 경험이고풍경이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예술쇼핑하고커피마시는도시 ‘베이징’ 호텔내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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