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8월 31일 (월요일) 오피니언 A8 미국 이민 제도가 빠르게 변하 고있다. 이제는신청서를접수할 때내는수수료만확인해서는안 된다. 사건이계류되어있다는이 유만으로매년별도의비용을부 담해야 하는 제도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것이최근논 란이 되고 있는‘연간 망명 수수 료(Annual AsylumFee)’다. USCIS의 현재 안내에 따르면 2024년 10월 1일부터 2025년 9 월 30일까지 전체 기간 동안 망 명신청서(I-589)가계속계류되 어있었던신청자는연간망명수 수료의 대상이 된다. 또한 2024 년 10월 1일 이후 I-589를 제출 한사람도신청이 365일이상계 류되면 첫 1년이 되는 시점부터 수수료대상이되며, 이후에도사 건이 계속 계류되어 있다면 매년 다시문제가될수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 순한‘신규 신청비’의 개념이 아 니라는점이다. 이미망명을신청 하고몇년째결과를기다리는사 람에게도영향을미칠수있는구 조다. 미국의 망명 사건은 신청했다 고바로결론이나는사건이아니 다.지역과사건에따라상당한기 간이소요될수있고장기간계류 중인신청자도적지않다. 따라서 매년비용을부과하는제도가계 속 유지된다면 장기 계류자에게 는새로운경제적부담이될수밖 에없다. 그런데 이 제도에 최근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 8월 5일 매 사추세츠 연방법원은 관련 소송 에서USCIS의연간망명수수료 제도 가운데‘수수료를 내지 않 았을 경우 발생하는 불이익’을 시행하는부분에제동을걸었다. 이에 따라 USCIS도 현재 법원 의명령에맞춰기존납부기한을 놓친 신청자들이 다시 수수료를 납부할수있도록온라인납부시 스템을열어놓고있다.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법 원의결정이연간망명수수료자 체를 완전히 폐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핵심은수수료미납 을 이유로 신청자에게 불이익을 주는집행부분이법원의제지를 받고있다는것이다. USCIS 역시 해당 수수료의 대 상이되는신청자들에게납부금 액과기한,납부방법등을개별적 으로통지한다고안내하고있다. 따라서“법원이 막았으니 돈을 내지않아도된다”라고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지금필요한것은 USCIS에서오 는우편과온라인계정을이전보 다더꼼꼼하게확인하는것이다. 특히 장기간 망명 사건이 계류 중인 경우 주소가 변경됐는데 USCIS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 거나, 변호사를 변경한 뒤 통지 전달에차질이생기거나, 온라인 계정을확인하지않아중요한통 지를놓치는경우가발생할수있 다. 2026년 이민 행정의 특징은 점 점분명해지고있다. 신청서를한 번제출하면결과가나올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시대에서 벗어나고있다는것이다. 수수료, 신청서버전, 제출방법, 통지서 대응, 주소 변경 등 신청 이후에도계속관리해야할요소 가늘어나고있다.특히망명신청 자는더욱주의해야한다. 자신의 사건이몇년전에접수됐다는이 유로현재의제도변화와관계없 다고생각해서는안된다. 새로운 규정이나 법원의 결정이 이미 계 류중인사건에영향을미치는경 우가있기때문이다. 이번 연간 망명 수수료 논란은 또하나의중요한사실을보여준 다. 이민정책은행정부가발표했 다고그것으로끝나는것이아니 다. 새로운규정이시행되고다시 법원에서 다투어지고, 법원이 집 행을 제한하면 USCIS가 절차를 수정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결국신청자입장에서가장위험 한것은변화자체보다오래된정 보에의존하는것이다. 지난해에는맞았던정보가올해 는틀릴수있고, 불과몇주전까 지적용되던절차가법원결정하 나로달라질수도있다.특히인터 넷이나 주변 사람의 경험만으로 “나는 예전에 이렇게 했다”는 말 을그대로믿어서는안된다. 2026년의 미국 이민 제도에서 는신청하는것만큼중요한것이 자신의사건을계속확인하고관 리하는일이다. 망명사건도이제 예외가아니다. 접수증을 서랍에 넣어두고 몇 년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부족 하다. USCIS의통지와법원의결 정,그리고자신의사건상태를계 속확인해야한다. 이민사건에서 가장비싼실수는때로변호사비 용도, 정부수수료도아니다.‘몰 랐다’는이유로놓쳐버린한번의 기한일수있다. 케빈김 법무사 전문가 칼럼 망명 신청도 이제 ‘유지비’를 내는 시대 그러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 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 한모퉁이마다이름없는선율들 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위에새겨진까만음표들이 어떤소리를가리키는지, 도레미 의깐깐한규칙이어떻게이어지 는지나는지금도알지못합니다. 소리의 높낮이를 정확히 짚어내 지못하는솔직한음치로한평생 을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음악 을이론으로아는것과가슴으로 느끼는것은전혀다른일이었나 봅니다. 악보를 읽지 못해도, 그 소리가 마음의가장깊은여울에와닿는 다정하고온화한감촉만큼은누 구보다또렷하게느낄수있었으 니말입니다. 그 고요하고도 아련한 인연의 시작은까마득한대학시절로거 슬러 올라갑니다. 무엇 하나 풍 족한 것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것이아쉽고결핍되어있던 그가난했던젊은날,청춘이라는 단어의 무게조차 묵직한 짐처럼 느껴지곤했습니다. 풋풋한 열정 뒤로 막연한 불안 과 쓸쓸함이 교차하던 교정에서 어디로가야할지몰라자주헤매 던 무렵, 내 삶에 고전음악이라 는낯설고도커다란빛이찾아왔 습니다. 당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어 두운 골목 안의‘고전음악 감상 실’을기웃거리는것이일종의유 행이자 작은 낭만이던 때였습니 다. 육중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 가면 LP판이 빼곡히 꽂혀 있고, 담배연기와짙은커피향이묘하 게섞여들던그묵직한공간. 주 머니는 얇았지만 청춘의 허기를 달래려 들어섰던 감상실의 어스 름한 조명 아래서, 나는 처음으 로 고전음악의 나지막하고 깊은 숨결을 만났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발걸음이었지만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선율 은순식간에나를사로잡았습니 다. 결핍으로 허덕이던 청춘의 가 슴속에들어온그음악은단순한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막 막한현실을넘어전혀다른세계 로나아가게해주는구원이었고, 답답했던삶에새로운지평을번 쩍열어준기적이었습니다. 언어와 수식어를 뛰어넘는 그 깊은울림은지친마음의가장여 린곳을가만히터치해주었습니 다.그날이후고전음악은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내 곁을 지키는 소리없는영혼의친구가되어주 었습니다. 세월은 참으로 부지런히 흘러 어느덧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나이가되었습니다.거울속에깊 게 새겨진 주름만큼이나 수많은 계절이지나갔고,세상은눈이뒤 집힐만큼빠르고낯설게변했습 니다.빛바랜수필집대신작고차 가운화면으로세상을보는날이 많아진요즘이지만, 그익숙하지 않은디지털공간속에서도나는 여전히청춘의날에만났던옛친 구의목소리를찾곤합니다.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는 저녁이면 손 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유튜브라 는 현대의 감상실에서 고전음악 을재생합니다. 얼마 전 화면 너머로 흘러나왔 던 영화‘피아니스트’에서 주인 공 슈필만이 독일군 장교 앞에 서목숨을걸고연주한쇼팽의녹 턴또한그렇게다가온선율이었 습니다. 영화의전모를완벽히알 지는못하지만, 작은화면너머로 울려 퍼지던 애잔하면서도 깊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피아노 선율 만큼은 가슴속 깊은 우물에 돌 이던져진것처럼깊은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얼어붙은 잿빛 폐허 한가운데서 피어오르 던 그 소리는, 절망의 어두운 끝 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끌어올 릴수있는가장포근하고숭고한 온기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 고세월의두께가더해지면서, 젊 은날엔그저스쳐지나쳤던우리 네가요들도하나둘가슴깊숙이 와닿기시작했습니다. 높은 예술의 경지를 자랑하는 고전음악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을안고살아가는보통사람 들의나지막한노래또한내지친 마음을 다정하게 건드려주는 것 입니다. 노치원 노래방 시간에 회원 한 분이앞에나와노래를불렀습니 다.‘별빛같은나의사랑아’라는 곡이었습니다. 임영웅이부른노 래였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내 게소중한사람인지세월이지나 고보니이제알것같아요”가슴 이따뜻해졌습니다. 생각해보면내삶의궤적또한 그잔잔한음악들의결을닮아있 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부 족해목말랐던청춘의번민,앞만 보고 달리던 장년의 분주함, 그 리고모든것을내려놓고맞이한 황혼의고요함까지. 클래식의웅장함이든저잣거리 노랫가락의 소박함이든, 음악은 단한번도나를다그치거나평가 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곁 에서묵묵히내한숨을들어주고 외로움을감싸안아주었으며, 잊 고 살았던 곁 사람의 소중함을 깨우쳐주었을뿐입니다. 소리를 내어 목청껏 부르지 못 하면 어떻습니까. 가만히 눈을 감고귀를기울이고있으면음악 은언어이전의언어로조용히말 을 건네왔습니다.“참 고생 많았 다, 그 모든 결핍을 견디며 참 잘 살아왔다. 그리고소중한사람과 함께여기까지참예쁘게걸어왔 다”하고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 았습니다. 청춘의 유행으로 시작되었던 음악과의인연이, 평생을거쳐내 영혼과 사랑을 떠받쳐주는 거대 한버팀목이되어준셈입니다. 이 제음악은나에게서결코떼어낼 수없는인생의마지막안식처이 자가장신실한벗입니다. 눈은 점점 침침해지고 걸음걸 이는더디어지지만, 귀를통해가 슴으로들어오는이고요한울림 은날이갈수록더없이맑고그윽 해집니다. 삶의끝자락에서만나 는선율들은단순한지난날의추 억이아니라,가난했던젊은날의 나를보듬고나와함께늙어가는 아내의손을따뜻하게잡게해주 는온화한사랑의품입니다. 오늘밤도작은화면속에서쇼 팽의 야상곡이 나지막이 시작되 고, 내 입가에는 아내를 향한 소 박한노랫말이은은히감돌고있 습니다. 굳이 곡의 제목을 다 외 우지못해도좋고,어려운음악적 뜻을헤아리려애쓰지않아도참 좋은시간입니다. 서글프면서도따스한피아노선 율과가요의정겨운가사가방안 을 채우면, 아득한 대학 시절 고 전음악 감상실의 어스름한 조명 과아내와함께걸어온수많은기 억이밤하늘의별처럼조용히빛 을발합니다. 음표를 읽지 못하는 문외한이 면 어떻고,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음치면또어떻습니까. 내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던 고전음악과, 황혼에이르러아내 의소중함을일깨워준따스한노 랫가락이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 도여전히내가슴을따뜻하게두 드리고있으니말입니다. 음악이라는 오랜 친구의 손을 잡고,사랑하는이의곁에서거니 는이황혼의길은참으로따스하 고아련하며평화롭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이 조용한 선율과 사랑 속에 머 무는한, 내삶은언제나가장평 온하고아름다운악장이됩니다. ‘별빛같은사랑아’가황혼의가 슴에별하나를띄웁니다.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 수필가·칼럼니스트 독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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