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9월 11일(금) ~ 9월 17일(목) 우미호타루. A8 여행 바다한가운데서만난현장의기억 아쿠아라인의해저터널을달리다보면바 다 한가운데 조성된 해상 휴게소, 우미호 타루가나타난다. 인공섬위에세워진이곳 은 이름처럼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빛 같 다. 차에서내리면사방으로도쿄만이펼쳐 지고, 한쪽에는바다밑으로사라지는터널 이, 다른 쪽에는 기사라즈를 향해 길게 뻗 은해상교량이보인다. 조금전까지바다아 래를달렸다는사실을그제야실감한다. 가장눈길을끈것은해저터널굴착에사 용된 거대한 실드머신의 흔적이다. 현장에 는지름14.14m에이르는커터페이스의실 물 크기 모형과 실제 굴착에 쓰인 커터 비 트가 남아 있다. 터널을 뚫기 위해 동원된 굴착기 칼날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완성된 도로를지나칠때와느낌이다르다. 더 인상 깊은 것은 공사의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다. 터널이 완성되면 현장의 시간은 쉽게 잊힌다. 우미호타루에서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보여주며 토목의 역사를 하나의 관광경험으로이어간다. 길을만든사람과 기술의시간을보존하는문화. 기록이쌓이 면산업의역사도지역의이야기가될수있 다는사실을새삼깨닫는다. 무엇보다아쿠아라인은사람들의심리적 지도를바꿔놓은듯하다. 바다는오랫동안 지역을 나누는 경계였지만 이곳에서는 오 히려두지역을이어주는풍경이된다. 인간 의기술은거리를줄이고,줄어든거리는새 로운생활과여행을만들어낸다. 흙과예술사이서쉬다 기사라즈의쿠르크필즈에들어서자여행 의속도가한결느려졌다. 약 30헥타르, 여 의도면적10분의1의넓은땅에유기농업 과 음식, 예술, 교육과 숙박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태양광으로에너지를만들고음 식물과가축분뇨를퇴비로돌리며,물을정 화해다시자연으로보내는순환구조도갖 추고 있다고 한다.‘지속가능한 농장’이라 는말이이곳에서는거창한구호보다생활 의풍경으로다가왔다. 풀밭을 걷다가 구사마 야요이의 붉은 작 품을만나는순간도즐겁다. 강렬한색채와 반복되는형태가초록의들판과묘한긴장 감을형성한다.미술관의흰벽에서보던현 대 미술과 달리 바람과 햇빛, 구름이 작품 배경이 된다. 계절에 따라 풀의 색이 바뀌 고빛이움직이면작품도조금씩다른표정 을짓겠지. 자연이거대한전시장이되어주 는셈이다. 지중도서관에다다르니또다른 분위기다. 땅속으로몸을낮춰들어가면천 창에서부드러운빛이내려오고책들이고 요하게사람을기다린다. 밖에서는어린아 이들이흙과식물, 동물을만나며뛰어다닌 다.어른에게는또다른즐거움이기다린다. 농장에서 난 식재료가 음식이 되고, 지역 의재료를살린음식들이테이블에오른다. 자연속에서유기농음식과샤퀴테리에와 인 한 잔을 곁들이자 시간이 천천히 흐른 다. 도시에서 휴식은 종종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으로생각되지만, 이곳에서는잘보 고,잘먹고,천천히걷는일이쉼이된다. 호숫가미술관, 지역일상을문화로 이치하라 레이크사이드 뮤지엄은 다카타 키호수와작은마을의풍경속에자리한다. 기존 문화 시설을 재생해 2013년 문을 연 미술관으로, 오래된건물의콘크리트골조 를 살려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호수와유원지, 미술관과야외설치작품이 자연스럽게이어져전시를보다밖으로나 오면어느새물가를걷게된다. 특히호수를배경으로놓인야외설치작 품들이인상적이다. 작품을바라보다호수 를보고, 다시풍경속작품으로시선이돌 아온다. 도심의미술관에서익숙했던빠른 관람의 리듬도 이곳에서는 한결 느려진다. 작은마을의고요함속에서는작품을바라 보는마음에도여유가생긴다. 미술관에서나와강가에자리한식당으로 들어선다. 제철식재료를올려화덕에서갓 구워낸피자는소박하지만맛이깊다. 소박 한 식당의 분위기마저 호숫가의 여유와 자 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미술관을 보고 지역 의 음식을 먹고 천천히 주변을 걷는 일. 문 화와여행, 미식과휴식이자연스럽게하나 의경험으로이어진다. 우미호타루, 쿠르크 필즈, 이치하라 레이 크사이드 뮤지엄을 돌아보면 치바의 매력 은결국‘연결하는힘’에있다는생각이들 었다. 기술은 바다를 잇고, 농장은 자연과 예술과 식탁을 연결하며, 호숫가 미술관은 지역의일상속으로현대문화를불러들인 다. 자연과기술, 도시와농촌, 예술과일상 사이에그어뒀던마음속선도조금씩옅어 진다. 좋은여행이란어쩌면새로운장소를 더 많이 보는 것보다, 익숙한 삶 사이에 숨 어 있던 새로운 연결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쿠르크필즈. 바다밑건너 ‘치바현’서만난느린시간 김포에서하네다까지는짧은비행이다. 공항 에서렌터카를받아도쿄도심대신치바현 으로방향을잡았다. 치바는도쿄의동쪽, 보 소반도를중심으로서쪽의도쿄만과동쪽· 남쪽의태평양을품은지역이다. 대도시와 바다, 농촌과구릉이한데이어져있어조금 만달려도풍경의표정이달라진다. 그런치바를한층가깝게만든길이 1997년 개통한도쿄만아쿠아라인이다. 가와사키와 기사라즈를해저터널과해상교량으로연결 하면서도쿄만을크게돌아가던이동의지도 를바꿨다. 여행자에게길은단순한이동수 단을넘어목적지에대한감각까지변화시킨 다.‘바다건너치바’가어느순간‘잠시달 려닿는치바’로바뀌는경험이다. 기술과자연, 예술과미식이이어주는도쿄만건너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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