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10월 1일 (목요일) 오피니언 A8 새벽마다 스와니 시청 앞 광 장에는 정겨운 장터가 열린다. 소박하고 허름한 나무 상자 위 에는 갓 수확한 햇고구마와 무, 배추, 제철 과일들이 무심 한 듯 정갈하게 놓여 손님을 맞 는다. 고향 시골 장터의 정취가 그리워질 때면 먼 스톤마운틴 에서부터 기꺼이 차를 몰아 그 곳을 찾곤 했다. 흙 묻은 채 놓 인 농작물 사이로 오가는 이 웃들의 온기는 타향살이의 고 단함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소박한 장터를 뒤로 하고 돌아설 때마다 문득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물음이 스친 다.“20만 동포가 살아가는 애 틀랜타 한인회의 그 넓고 훌륭 한 공간은 지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 아도 고국 가수를 초청해 동 포들의 타향살이 설움을 달래 주는 잔치 하나 열리지 않는 다. 젊은이들이 모여 소통할 청 년회관 하나 없는 현실 속에 서, 회관 마당에 우뚝 선 고인 들의 동상은 과연 누구를 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돌아보면 한인회관은 동포들 의 뜨거운 정성과 사랑이 살아 숨 쉬던 공간이었다. 지난 30년 간 어머니회를 통해 매년 애틀 랜타 인근 4개 대학의 한인 유 학생과 청년들을 초청해‘엄마 밥’을 지어 먹였다. 매년 1,000 달러 이상을 쾌척하며 힘을 보 탠 어르신들이 30명을 훌쩍 넘 었고, 정성껏 차린 고국의 밥상 을 마주한 청년들은 조국에 대 한 긍지와 사랑을 나누며 가슴 을 적셨다. 또한 5,000여 권의 책을 정성껏 모아 도서관을 세 우고 관장으로 일하던 시절, 이 민 생활의 아픔과 외로움을 달 래기 위해 책을 빌려 가며 미소 짓던 동포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다. 한인회는 동포들이 피땀 흘 려 모은 기금과 정성으로 세 워진 터전이다. 결코 특정 기 부자나 소수 집행부의 전유물 이 될 수 없다. 20만 동포 모두 가 주인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제라도 한인회는 본래의 자 리로 돌아가 동포 사회의 진정 한‘사랑방’이 되어야 한다. 주 말이면 앞마당을 활짝 열어 누 구나 장터를 열고 오가게 하 고, 차세대 젊은이들이 한국인 의 멋과 긍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열린 무대를 마련해주어 야 한다. 서로의 타향살이 설움 을 보듬고 온기를 나누는 공간,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바라는 살아있는 한인회의 모습이다. 스와니 벼룩시장에서 돌아본 애틀랜타 한인회 미역국을끓였다.아기출산후산 모와 생일에 먹는 미역국을 생각 만해도내마음이울컥해지고눈 시울이붉어진다. 그런 미역국을 요즘은2살이 된 손자를 위해서 자주 끓인다. 이민 2세인 아이의 아빠는 어려서부터 한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가 한식을 먹을 때도 따로 음식을 해 주어야 했다. 특별히 미역국은 미 역의 미끈미끈한 식감 때문에 먹 지않았다. 그런데손주는아빠와 는 다르게 한식을 좋아한다. 그중 에서도 내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제일좋아한다. 미역국은요오드, 철분, 칼슘, 식 이섬유(알긴산)가 풍부하여 산후 조리, 빈혈 예방, 장 건강 및 변비 해소, 노폐물배출에탁월한효능 을 가진 알칼리성 건강식품이다.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높아 다 이어트식으로 좋으며, 갑상샘 건 강, 혈관건강과신진대사, 암예방 에도도움이된다고한다. 미역국은 기호에 따라서 홍합이 나 소고기를 간장과 마늘로 밑간 해서볶아놓고, 두어시간물에불 린 미역을 씻어서 먹기 좋게 자른 후간장과마늘을넣어간을맞추 어참기름에볶아서, 소고기나홍 합볶은것을함께넣고물을충분 히부어끓인다.거의다끓었을때 들깻가루를한수저정도넣고간 을 맞추면 완성이다. 건강에도 좋 고, 큰돈들이지않고쉽고간단히 끓일수있는국이다. 어언 세월이 흘러 근 반세기 전 일이다. 5월초순이었지만시카고 의 봄은 외로운 산모에게는 몸도 마음도 살을 애이게 추웠다. 지금 같으면 인터넷 선생에 물어서 미 역국보다더한것도쉽게만들수 있겠지만, 그때는 요리책이나 어 른들에게일일이배워야했다. 음식이라고는 라면도 끓여보지 않았던 남편이 처음으로 자기 생 각대로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그 미역국은 파, 마늘, 당근, 호박, 양 파등온갖채소들이다들어있는 미역 채소죽이었다. 나름 정성을 다해 끓여준 성의를 생각해서 먹 어보려고했지만, 두수저이상먹 을수없었다. 쉬지않고흐르는눈 물이 미역죽을 뜬 숟가락과 밥에 범벅이되었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어머니가 그리웠다. 요리솜씨, 바느질솜씨 등못하는것이없는우리어머니 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 각했다. 어머니가 끓여주는 따뜻 한미역국이먹고싶었다. 내가어 렸을 적, 아프거나 힘들어할 때마 다늘안아주고, 싸매주던할머니 의 까끌까끌하던 손길이 사무치 게그리웠다. 내가어느정도일어서서걸을수 있을 때가 되어서 부터는 요리책 을 보고 나 역시친구가 가져온 홍 합을 넣고 난생 처음으로 미역국 을끓였다. 그리고점차요리솜씨 도 나아져서 지금은 우리 손주가 제일 좋아하는 맛있는 미역국을 만든다. 한동안 미역국은 지인들에게 주 는내방식의사랑표시가되었다. 아마도 만물박사, 해결사인 인공 지능 이전까지 였을것이다. 주위 에산모나아픈사람을만나면미 역국을 끓여다 주곤 했다. 명절이 나 생일에 우리처럼 일가친척 없 이혼자보내는사람을불러서함 께 미역국을 먹었다. 그때 시카고 에서첫아이낳고,텅빈배와허허 로웠던 가슴을 채워줄 사랑의 미 역국이 간절했던 일을 잊을 수 없 어서다. 어디미역국의위로와사랑이없 어서 눈물범벅된 밥을 먹는 사람 이없는지눈을돌려좌우주위를 살펴본다. 김영화 / 수필가 독자칼럼 미역국 트럼프 MAGA 릭맥키작 <USA-본사특약> 시사만평 개스값 때문에 중간선거 지지율 조사 시와 수필 박경자 전숙명여대미주총회장 상추잎은편지지로쓰기에영마 땅찮다. 가장자리는 구불거리고 뻗어 나간 잎맥은 도톨도톨하다. 이기철시인은「내가만난사람은 모두아름다웠다」라는시에서“떨 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아는사람에게상추잎같은편 지”를보내고싶다고했다. 반듯하 게접어봉투에넣은편지가아니 라 갓 씻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푸른 편지라니. 어쩌면 툭툭 털어 물기가 촉촉하게 밴 편지일지도. 아, 읽을때마다시인의안부가궁 금하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 는 /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 다” 이구절을읽으면시골의외갓집 마당이 떠오른다. 여름방학이면 외증조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 할머니, 사촌 언니 오빠들까지 북 적거렸다. 평상 대신 마당에 멍석 을깔고둥근밥상을놓으면보글 거리는된장찌개속으로숟가락이 분주하게 오갔던 저녁. 누군가 늦 게 와도 엉덩이를 조금씩만 옮기 면한사람몫의틈이생겼다. 밥상 은 그대로인데 저녁은 사람 하나 들어올 때마다 넓어졌다. 둥근 밥 상의마술이다. 밥을먹고나면농 을 주고받다가 하나둘 멍석 위에 드러누웠다. 모기향은 매캐해도 멍석 위에는 사람의 온기가 넉넉 했다. 한가위를앞두고그밥상이그리 워지는 건 내가 추억을 먹는 나이 가된걸까. 명절을앞두고아끼는 동생과카톡통화를했다. 치매를앓는엄마와단둘이살며 칠년넘게돌봄을맡아온그녀는 저녁에 하던 학원 강사 일을 접고 낮에일할수있는직장으로옮겼 다. 퇴근하면 돌봄센터에서 돌아 오는엄마를맞았다. 이제는 병세가 깊어져 전문적인 돌봄을받을수있는곳으로모실 준비를 한다던 동생의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가없는저녁은또얼 마나낯설까. 큰사고를겪고여러차례수술과 재활을 거쳐 일터로 돌아왔지만 다시병이찾아온후배의말이생 각난다. 며칠씩 입원하고 돌아오 면음식한술넘기기도힘든데앞 으로받아야할방사선치료횟수 를 세다 보면 말문이 막힌다고 했 다. “엄마,도망갈데없어.피할수없 으니그냥겪어야해.”힘들어서그 만하고 싶다는 엄마에게 딸이 건 넨말이다.대신아파줄수도,대신 그 시간을 건너갈 수도 없으니 속 상하다. 원래부터 초딩 입맛인 그 녀는스팸반찬으로겨우밥을먹 었다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힘내라는 말보다 밥을 먹게 하는 스팸이라도 사다 줘야 하나. 대단 히 기쁜 일이 없어도 무탈하게 평 범한 저녁을 맞는 일상이 우리에 겐작은기적인지도모르겠다. 오래전 내가 쓴 시「그늘 한 칸」 을읽고 존경하던선배가문학 서 재에댓글을남겼다. 너도날개커 다란 그늘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고. 풀뿌리시민운동에힘을쏟던 분이었다. 이른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 다정 한 물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치 는날이면문득그말아래들어가 마음을내려놓곤한다. 오늘은오래마음에넣어두었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보 름달아래저마다둥근저녁을맞 이하기를. 풋풋한 햇살에 물기가 반짝이는 상추잎 같은 편지를 부 쳐야겠다. 편지끝에는한줄을더 적고싶다. 내가만난사람도모두 아름다웠다고. 상추잎편지 성영라 수필가 미주문협부이사장 목요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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