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3월 27일(금) ~ 4월 2일(목) A9 여행 대만이라는 섬은 북쪽의 타이베이, 남쪽 의 가오슝,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타이중 으로나뉜다. 타이베이가정치와자본의속 도를품고있다면, 가오슝은항구와산업의 리듬을지닌다. 그사이에서타이중은속도 를조절하는도시다. 과하지도부족하지도않은,가장인간적인 온도를유지하는곳. 그곳에서친구들과웃 음을나눈다. 라운드를마치고클럽하우스 를 나서는 순간, 하루의 결이 바뀐다. 이제 부터타이중의또다른모습을마주할시간 이다. 공간이말을걸어오는순간 둥하이 대학교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자, 도시의밀도는한층느슨해진다. 나무사이 로 바람이 흐르고, 학생들의 걸음은 조용 하다. 그 중심에‘루스 기념 예배당’이 서 있다. 이 건축을 설계한 이는 이오밍 페이. 그의초기작업중하나인이예배당은, 오 히려가장순수한형태로그의건축적언어 를드러낸다. 두개의곡면이하늘을향해접히듯올라 가는구조는단순하지만강렬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콘크리트 질감이 느껴지고, 내부 로들어서면빛이벽을따라부드럽게흐른 다. 장식은 없다. 대신 공간 자체가 모든 것 을말한다. 그안에서있는순간, 묘한감각 이찾아온다. 인간이만든구조물인데도, 마치자연속 에 들어온 듯한 느낌. 건축은 더 이상 형태 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하나의언어다.이공간에서면깨 닫게된다. 건축이란단순히‘지어진것’이 아니라,반드시그자리에있어야만하는필 연의결과다. 빛이흐르는시간 예배당 넓은 잔디를 가로질러 도시를 벗 어나해안으로향하면, 풍경은점점비워진 다. 그리고그끝에서‘가오메이습지’를만 난다.나무데크를따라천천히걸어들어간 다. 발아래얕은물이고여있고, 하늘은그 위에그대로내려앉아있다. 바람은 멈추지 않고, 멀리 풍력발전기의 날개가일정한속도로회전한다. 해가기울 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빛이 물 위에 퍼지며, 경계가 흐려진다. 하늘과 땅, 현실과 반영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는 시간이 흐르는 대신, 빛이 이동한다. 그 변화를바라보는일만으로충분하다. 어떤 설명도,해석도필요하지않다. 도시온도가가장높아지는순간 어둠이 내려앉자, 타이중은 다시 살아난 다.‘야시장’은단순한시장이아니라,도시 의가장생생한얼굴이다. 연기가피어오르 고, 기름이 튀는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이 뒤섞인다. 젊은이들은거리에서멈추고, 먹 고,이야기한다. 그들의표정에는목적이없다. 그저이순 간을즐기고있을뿐이다. 음식은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솔직하다. 튀김의 기름 냄새, 향신료의 강한 향, 달콤한 음료의 잔향. 모 든것이직선적으로다가온다. 이곳에서먹 는다는것은단순한소비가아니라, 도시의 감각에몸을맡기는일이다. 한끼식사에담긴시간 야시장의 열기를 뒤로하고 들어선‘심원 춘’은 전혀 다른 온도를 가진다. 조용하고, 정제돼있다. 테이블위에놓인음식들은단 순한요리가아니다. 대만이라는섬이지나 온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다. 중국 대륙의 전통, 일본 식민지 시기의 영향, 그리고 이 지역기후와식재료. 그모든것이하나의접시에담겨나온다. 한 입, 한 입 이어질수록 느껴지는 것은 맛 보다도‘깊이’다. 이식사는배를채우기위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음미하는 과정에 가깝다. 음식과함께알아가는새로운문화 의경험이다. 한잔의차로완성되는하루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배 부름보다는여유가남는다. 그끝에서만나 는곳이‘춘수당’이다. 버블티의시작으로 알려진이곳은단순한카페가아니다. 차라 는 전통적인 문화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공간이다. 차에우유를더하고, 타피오카를넣어씹 는감각을더한이음료는이제세계어디서 나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마시는 한 잔은 다르다. 처음이라는 시간, 그리고 지속돼온문화가함께담겨있기때문이다.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 여행객들의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대만 ‘타이중’ 잔디위에서시작하는하루 가오메이습지. 타이중의아침은생각보다부드럽다. 남국의햇살은분명하지만, 그빛은날카롭지않고공 기위에고르게퍼진다. 이른시간골프장에서면, 밤사이내려앉은이슬이잔디위에은은하 게남아있다. 발걸음을옮길때마다잔디가조용히눌리고, 클럽이공을스치는소리는맑게 울린뒤곧사라진다. 그래서인지마음도자연스럽게가벼워진다. 루스기념예배당.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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