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4월 24일(금) ~ 4월 30일(목) A4 프리토리아의 인상은 의외로 부드럽다. 남 아프리카공화국의행정수도프리토리아는 ‘자카란다의도시’라는이름처럼,계절이오 면 보랏빛 꽃이 거리를 조용히 덮는다. 권력 의 중심지임에도 그 색채는 결코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절제된 서정으로 다가온다. 질 서 있게 정돈된 거리와 현대적인 건물들은 도시의 성격을 또렷이 드러내지만, 그 안에 는 어딘가 느슨한 여백이 남아 있다. 여행자 의시선에서이곳은하나의‘출발점’이다. ‘크루거국립공원’으로향하는길목, 문명 과자연사이에놓인마지막경계선. 그중심 에 자리한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단순한 숙 박이 아니라, 점차 깊어질 대륙과의 대면을 예고하는 조용한 전주곡처럼 느껴진다. 다 음날아침, 호텔로비에서가이드를만나도 시의리듬을뒤로한채차에오른다. 목적지 는 분명하다. 인간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세 계,크루거국립공원이다. 길위에서시작되는변화 프리토리아에서크루거까지이어지는 5~6 시간의 이동은 단순한 거리의 문제가 아니 다. 그것은 문명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내는 시간이다. 아스팔트를따라이어지던풍경은 점차 단순해지고, 건물은 사라지며, 대신 수 평선이넓어진다. 이길은‘편의’에서‘존재’ 로 되돌아가는 통로다. 휴게소에서의 짧은 점심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인 간중심의질서에서한발짝물러나있기때 문이다. 야외테이블에앉아있던순간, 뜻밖 에도코뿔소와마주친다. 그짧은조우는놀 라움이라기보다,이여정이시작됐음을알리 는신호처럼다가온다. 숫자로환산할수없는자연 크루거국립공원의면적은약 1만 9485㎢. 경기도보다넓은이공간은단순한숫자로는 설명되지않는다. 이곳은‘야생’이라는개념 이 실제로 숨 쉬는 장소다. 인간은 이곳에서 언제나 주변에 머무는 존재일 뿐, 중심이 아 니다. 크루거의 상징은‘빅 파이브’라 불리 는 다섯 동물인 사자, 코끼리, 버펄로, 표범, 그리고 코뿔소다. 한때 사냥의 난이도를 기 준으로 나뉘었던 이 분류는 이제 야생의 본 질을대표하는이름이됐다. 그러나이들을만나는일은결코당연하지 않다. 며칠전내린비는대지를풍요롭게만 들었고, 그 풍요는 오히려 동물들을 흩어지 게했다. 물이넘치는환경에서는굳이특정 장소로 모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이 풍부해질수록 인간의 시선은 더 많은 것을 놓치게된다. 이아이러니속에서나는비로 소자연의질서를이해하기시작한다. 기다림의기술 ‘사파리’ 사파리는 단순한 투어의 경험이 아니었다. 그것은‘읽는 행위’에 가깝다. 가이드는 발 자국하나, 꺾인풀의방향, 바람의결을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를 추적한다. 인간이 눈에 의존한다면, 이곳의가이드는‘징후’를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그의 설명을 따라가는 순 간마다, 익숙했던 자연은 낯선 깊이를 드러 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마였다. 텔 레비전속에서느릿하게움직이던존재는현 실에서는전혀다른속도를가진다. 시속 30 ㎞에 가까운 속도로 육지를 달리는 그 거대 한 몸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다. 그 순 간, 우리가 믿고 있던‘안전한 거리’라는 개 념은 무너진다. 그때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 가 알고 있던 자연은 대부분‘편집된 이미 지’에불과했다는사실을…. 자연속에머문다는것 사파리캠프에서의밤은도시의호텔과전 혀다른결을지닌다. 텐트형구조의숙소는 예상보다편안하지만, 이곳에서중요한것은 공간이 아니라‘소리’다. 밤이 깊어질수록 이름모를울음이공기를가르고, 바람과풀 잎이서로를스치며작은파동을만든다. 멀리서들려오는동물의신호는어둠속에 서도생명이끊임없이이어지고있음을알린 다. 이곳의밤은결코정적이지않다. 오히려 끊임없이 교환되는 생명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그소리들사이에서, 나는오랫동안잊 고지내던감각을다시깨운다. 대륙이만든조형 ‘블라이드리버캐니언’ 사파리의시간을뒤로하고향한‘블라이드 리버 캐니언’은 또 다른 차원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셋째로 큰 협곡이자, 가 장 넓은 녹색 캐니언. 이곳은 건조한 사막의 협곡과달리생명으로가득차있다.특히‘스 리론다벨스’라불리는세개의둥근봉우리 는 수백만 년에 걸친 침식이 빚어낸 자연의 건축물처럼 서 있다. 인간이 설계한 어떤 구 조보다도정교하면서, 동시에압도적인규모 를 지닌다. 이 길은‘파노라마 루트’라 불린 다. 그러나 그 이름이 담아 내기에는 부족하 다. 이곳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상상하기 어려운시간의층위와마주하는자리다. 여행의끝에서남는질문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하나의 중심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 나라다. 행정 수도 프리 토리아, 입법수도케이프타운, 사법수도블 룸폰테인. 이세개의수도가권력을나누며, 서로다른역사와문화가한공간위에겹겹 이놓여있다. 그구조속에서여행자는단순 한 방문자를 넘어,‘이해하려는 존재’로 서 게된다. 그리고어느순간, 이나라는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한다. 그때 비 로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우리는 야생을 이해하고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더 가 까이에서바라보고싶었던것일까.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 여행객들의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인간의시선벗어난남아공 ‘크루거국립공원’ 블라이드리버파노라마루트. 프리토리아의인상은의외로부드럽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행정수도프리 토리아는‘자카란다의도시’라는이름처럼, 계절이오면보랏빛꽃이거리 를조용히덮는다. 권력의중심지임에도그색채는결코과장되지않고, 오히 려절제된서정으로다가온다. 질서있게정돈된거리와현대적인건물들은 도시의성격을또렷이드러내지만, 그안에는어딘가느슨한여백이남아있 다. 여행자의시선에서이곳은하나의‘출발점’이다. ‘크루거국립공원’으로향하는길목, 문명과자연사이에놓인마지막경계 선. 그중심에자리한호텔에서의하룻밤은단순한숙박이아니라, 점차깊어 질대륙과의대면을예고하는조용한전주곡처럼느껴진다. 다음날아침, 호 텔로비에서가이드를만나도시의리듬을뒤로한채차에오른다. 목적지는 분명하다. 인간의통제가미치지않는세계, 크루거국립공원이다. 크루거국립공원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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