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6년 5월 8일(금) ~ 5월 14일(목) A4 바다와마주하는시간 여정의시작은‘더벨리뷰리조트’에서였 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하루를 여는 경험은 단순하지만 깊다. 이른 아침, 아직사람의기척이닿지않은해변을따라 걷는다. 발끝에닿는모래의감촉과잔잔하 게밀려오는파도의리듬이, 도시에서익숙 해진시간의속도를서서히늦춘다. 이곳에 서의산책은이동이아니라, 풍경과호흡을 맞추는일이다. 그 해변에서 만난 현지인의 성게 체험은 이섬의본질을가장직접적으로드러낸순 간이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성게를 그 자리에서 열어 맛보는 경험은 관광이라기 보다삶에가까운장면이다. 짠 바닷물의 향과 함께 퍼지는 감각 속에 서, 자연과인간이얼마나가까운거리에서 공존하고있는지를실감하게된다. 이호텔 의미덕은분명하다.자연과가장가까운방 식으로 머무르게 한다는 점. 그러나 그 고 요함은때로단조롭게느껴질수도있다. 그 역시이곳이가진또하나의얼굴이다. 연출된환상 이어지는여정은‘M갤러리보홀’에서또 다른결을드러낸다. 같은바다를바라보고 있지만, 이곳은전혀다른언어로여행을해 석한다. 밤이되면수영장위에서펼쳐지는인어공 주쇼가시작된다.물위를유영하는퍼포먼 스는 현실과 동떨어진 장면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현대의 여행이 어디까지 확장됐는 지를상징적으로보여준다. 이곳에서는자연이아니라‘연출된경험’ 이중심이된다. 세련된공간과프로그램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보홀과는일정한거리를유지한다. 두호텔 은서로다른질문을남긴다. 자연속에머 무를것인가,아니면설계된경험속으로들 어갈 것인가. 보홀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품 은채여행자를시험하듯놓아둔다. 과거의시간 호텔에서의 고요한 시간을 잠시 접어두 고, 섬의역사속으로발걸음을옮긴다.‘바 클레이욘 성당’은 그 시작에 놓인 장소다. 필리핀에서가장오래된교회중하나인이 건축물은스페인식민지시대의시간을고 스란히간직하고있다. 산호석으로 쌓은 두꺼운 벽은 단순한 구 조물이아니라, 신앙과권력이맞물렸던시 대의기록이다. 내부로스며드는빛은느리 고깊다. 그빛을따라걷다보면, 이곳이단 순한관광지가아니라한섬의기억이축적 된장소임을깨닫게된다. 자연과연출사이 이후‘로복 강’으로 향한다. 정글처럼 우 거진 강을 따라 보트가 천천히 흐르고, 그 위에서식사를즐긴다. 물과숲이만들어내 는풍경은충분히아름답지만, 중간에마주 한공연은어딘가어색하다. 관광객을위해 재현된 전통은 때때로 자연의 결을 흐리게 만든다. 그순간, 여행자는묻게된다. 지금 내가보고있는것은자연인가,아니면자연 을닮은장면인가. 작은존재앞에서 그 질문은‘타르시어’를 만나는 순간 더 깊어진다. 나뭇가지에매달린채조용히숨 쉬고 있는 이 작은 생명은, 그 자체로 경이 롭다. 그러나가까이다가갈수록미묘한감 정이따라온다. 우리가그들을바라보고있 는것이아니라, 그들의세계를방해하고있 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여행자는 어느 순간관찰자이면서동시에침입자가된다. 인간이만든숲 이어지는장소는‘비라르인공숲’이다. 길 게 이어진 마호가니 숲길은 자연의 일부처 럼보이지만, 사실은인간이복원한풍경이 다. 한때 훼손된 숲을 되살리기 위해 심어진 나무들은이제보홀을대표하는장면이됐 다. 숲속에서만난현지인은일상의먹을거 리를채집하며내려오고있었다. 그모습앞 에서이숲은더이상관광지가아니라,누군 가의삶이이어지는공간으로다가온다. 시간이만든풍경 마지막으로도달한‘초콜릿힐스’는이여 정의결을완성한다. 수천개언덕이이어진 이풍경은석회암이융기된후오랜시간침 식되며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이다. 건기에 는초콜릿색으로변하며이름을얻는다. 전 망대에서서사방을둘러보면, 인간의시간 으로는가늠할수없는자연의축적이눈앞 에펼쳐진다. 그 순간, 여행자는‘본다’는 행위를 넘어 ‘시간을 마주한다’는 감각에 가까워진다. 보홀에서의 여정은 그렇게 천천히 하나의 결론에이른다. 자연속에서의고요함과연 출된경험의화려함. 그사이에서여행자는 무엇을 선택하기보다, 스스로가 어떻게 변 화하고있는지를지켜보게된다. 얼마나많 이보았는가가아니라, 얼마나깊이머물렀 는가. ●박윤정(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유럽여행문화를익혔 다.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즐기겠다는마음으로 2002년민트투어여행사를 차렸다.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 여행객들의취향에 맞는여행을디자인하고있 다.2021년4월여행책‘나도 한번은트레킹페스티벌크루즈’와이듬해6월‘나도한 번은발트3국발칸반도’를쓰고냈다. 필리핀 ‘보홀’서머무는여행의깊이배우다 초콜릿힐스. 필리핀의수많은섬가운데서도‘보홀’은비교적늦게이름을알린곳이다. 인근의세부가도시 적리조트와접근성을앞세운다면, 이섬은자연과생태, 그리고아직온전히드러나지않은풍 경으로여행자를끌어들인다. 이곳이선택되는이유는단순하다. 자연이여전히주체로남아있 고, 인간의개입은그위에조심스럽게얹혀있기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보홀은처음부터강렬하 게다가오는장소가아니다. 오히려그반대에가깝다. 이섬은서서히, 그러나분명하게여행자 의시간을바꿔놓는다. 바다는투명하지만스스로를과시하지않고, 숲은깊지만위압적이지않 다. 이곳에서의여행은‘얼마나많이보았는가’보다‘어떻게머물렀는가’에의해완성된다. 더벨리뷰 리조트주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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